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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두서점’ 세 가족, 광주의 오월을 기록하다

     

    ‘녹두서점의 오월’ 북콘서트 열려
    김상윤·정현애·김상집 공동저자
    “같은 시간 각기 다른 5·18 기록” 

     

     

     

    기사 게재일 : 2019-05-31 06:05:01

     

     

     

     29일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열린 ‘녹두서점의 오월’ 북콘서트.

     

     

     

     “우리 가족은 일종의 의무감으로 2012년부터 마음에 담아 둔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최근 출간된 ‘녹두서점의 오월’은 당시 녹두서점을 운영한 서점 가족 눈으로 본 1980년 5월의 이야기다. 

     녹두서점의 세 가족은 감옥(김상윤), 서점(정현애), 거리(김상집)라는 각기 다른 공간에서 5·18을 겪었다. 각자의 언어로 흩어질 뻔한 한 가족의 일대기가 하나의 사건 안에서 광주를, 역사를 비추는 증언으로 태어난 것이다. 

     옛 녹두서점 주인들이 광주의 작은책방 운영자 및 청년들과 만나 책을 매개로 5·18 당시의 기억을 꺼냈다. 

     29일 저녁 7시 동구 충장로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옛 학생회관) 5층 랄랄라 홀에서 열린 ‘녹두서점의 청춘들’이라는 북콘서트 자리에서다. 

     김상윤 윤상원열사기념사업회 고문과 정현애 오월어머니집 이사장, 김상집 5·18구속부상자회 광주지부장 등 3명이 공동 집필해 펴낸 ‘녹두서점의 오월(한겨레출판)’이 대화의 매개가 됐다. 
     

     


    ▲5·18 빼놓을 수 없는 공간, 녹두서점



     이날 북콘서트는 책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지역의 후배 책방 주인 등이 행사를 마련했다. 북콘서트의 진행은 신헌창 책과생활 대표가 맡았다.

     “박정희 유신체제에선 정부를 비판하면 감옥을 갔던 시대였어요. 사회과학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잡혀갈 수 있었죠. 유신체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비밀 학습조를 만들어 활동할 수밖에 없었어요. 시간이 지나니 학습조는 상당수 늘어났고, 저는 뒤에 빠져서 이들을 의식화 할 수 있는 서점을 만들기로 한 겁니다.”

     녹두서점의 주인이었던 김상윤 씨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전남대에서 제적됐다. 독서모임을 꾸려 후배들의 의식을 깨웠던 그는 사회과학 금서를 보급하기 위해 서점을 열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서점이 문을 연 기간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불과 4년 남짓. 하지만 5·18항쟁을 언급할 때 항쟁 최후의 거점이었던 전남도청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바로 녹두서점이다. 

     “5·18 항쟁이 일어나기 전날인 17일이었죠. 그날 저녁 가톨릭 농민회 분과 만나 함평 고구마사건 기념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어요. 저는 농민 집회와 학생 간의 농학연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로 했고요. 그런데 계획대로 되지 않고 심상찮은 분위기로 흘러갔어요. 일단 연락을 기다리며 서점 문을 닫고 셔터를 내렸는데….”

     17일 자정이 다된 시간, 총을 들고 서점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대공과 형사들에 의해 서점주인 김상윤은 505보안부대 지하실로 끌려간다. 컴컴한 지하실 복도, 고문당하는 사람들의 비명이 낭자한 곳에서 그의 5·18은 시작됐다. 

     남편이 지프차에 실려 어두운 밤거리로 사라지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보며 홀로 서점에 남게 된 정현애 씨는 당시 상황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남편이 끌려갈 때 ‘불이야’ 하고 외쳐야 할까, ‘도둑이야’라고 소리쳐야 할까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 말 못하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남편이 자기 전 끌러 놓았던 손목시계가 보이더군요. 남편의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았습니다. 우리 둘에게도 격리되고 멈춰버린 삶이 다가온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녹두서점의 오월’ 표지.

     

     


    ▲정보나눔터·간이식당·회의실…

     


     하지만 정 씨는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처럼 갑작스레 남편이 구속된 부인들, 녹두서점을 방문한 수많은 학생과 시민, 광주 내 민주인사들에게 남편의 검거 소식과 당시 상황을 공유하고 시간대별로 상황일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일지는 5월 항쟁의 기록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중요한 기초자료가 됐다. 

     18일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 녹두서점은 정현애를 중심으로 어느새 광주 전역에서 벌어지는 전투와 학살 소식은 물론 전국 정보가 모이는 상황실로 변모하게 됐다. 15평의 조그마한 책방은 5·18항쟁 당시 광주의 고립된 시민들을 위해 수많은 대자보와 전단을 만들며 정보를 전달해준 상황실이자, 항쟁에 참여한 시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간이식당이었으며, 윤상원 열사를 비롯한 지도부가 항쟁 방향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이어간 회의실이었다. 

     “당시 광주는 ‘절대공동체’로 불릴 수 있었습니다. 물건 조달뿐 아니라 연락망까지 끊긴 고립된 곳이었지만 서로 나눠서 쓰자는 공동체 정신이 강했어요. 검은 리본을 만들기 위해 대인시장에 갔는데 순식간에 상인들이 모여 리본을 만들어주고, 핀도 사다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33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상윤 씨의 동생 김상집 씨의 5월은 시민들의 처절한 절규와도 같았다. 

     군 제대 후 매일 밤 야학 노동자, 청년들과 함께 시국토론을 벌이던 김상집은 17일 새벽, 들불야학 강학인 윤상원의 다급한 목소리에 잠에서 깬다. 

     윤상원과 함께 녹두서점에 달려간 그는 서점에 모인 청년 학생들과 거리로 나선다. 그곳에서 불과 보름 전 자신이 속해 있던 부대가 운용하는 500MD 헬리콥터가 하늘 위를 날아다니며 시민들을 위협하고, 눈앞에서는 계엄군이 착검한 총으로 시민들을 무차별 살육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계엄군의 집단발포 이후 싸늘한 주검들이 어디론가 옮겨지고 있었죠. 그때 시체들이 헬리콥터로 옮겨지지 않았나 싶은 거예요. 그때 시민군들이 예비군 무기고를 털어서 무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1일 계엄군이 광주 시내로 대거 투입되고 시민에게 집단발포 했다는 소식까지 들리자 이들도 상황이 끝났다고 판단하고 피신을 결정한다. 그런데 정현애 씨와 김상집 씨는 피신하는 도중 목격한 것은 투쟁을 외치던 시민군들을 목격했다. 
     

    북콘서트 무대 오른 김상집, 정현애, 김상윤 씨.(왼쪽부터)

     

     


    ▲항쟁속 시민들 활동상 기록으로 담아



     생필품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매점매석이 혼란을 가중시킬 것을 경계하며 판매량을 조절하는 상인들, 부패하는 시신의 악취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죽은 자들을 돌보는 사람들, 최루탄으로 고통받는 시위대를 위해 대야에 물을 길어오는 유흥업소 여성들, 학생들을 향한 계엄군의 무차별적 폭력에 참지 못하고 항의하는 노인들, 계엄군의 구타에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었는데도 시민들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 자랑스럽게 떠들던 열네 살 구두 수선공 등 항쟁 속 시민들이 그들의 증언을 통해 책 속에 생생하게 담겼다. 

     한편 이날 행사엔 광주 동네책방 10여 곳의 주인들이 함께했다. 검은책방, 흰책방, 동네책방 숨, 책과 생활, 타인의 책 지음책방, 삼삼한 책방, 소년의서, 청년인문공간 러브앤프리 등이 현재 광주의 동네책방들이다. 과거 광주의 대표적 선배세대 책방인 녹두서점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또 만렙기획, 청년문화 허브, 청년미래전략센터, 문화기획단 유별라 등 청년들이 꾸리는 단체인 상상실현네트워크도 행사에 동참했다. 대안문화공간 메이호&이매진, 광주극장, 순례자학교, 호남신대 생태스터지, ‘전라도닷컴’, 꽃피다, 툴아이피1% 공작소, 청년문화꾼, 버틀러스 코리아 등이 힘을 보탰다. 윤상원기념사업회, 광주마당이 참여했다. 

     


    김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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