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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2020년 4월호]
     

    ‘오월 광주’와 주먹밥



     

    백수인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 조선대 교수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19’가 개인들을 최소 공간에 가두고 있다. 학교도 개학을 연기했고, 성당이나 교회에서도 주일 미사와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여기에 정부는 ‘코로나19’의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나섰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2주간의 '잠시 멈춤'에는 시민 각자가 외출을 자제하고, 모임을 연기하는 등 타인과의 접촉이나 만남을 최소화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역질에 대비한 일련의 현상은 시민들에게는 분명 ‘속박’, 혹은 ‘구속’의 의미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런 때일수록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가족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마치 까뮈의 소설 <페스트>의 오랑(ORAN)시를 방불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의 한 모퉁이에 자주 나타나는 것이 소위 ‘사재기’이다.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농협 마트나 우체국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데, 어떤 유통업자는 수십만 장의 마스크를 창고에 감추어두었다가 적발되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중앙의 유력 언론사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구독료를 자동이체하면 마스크를 선물로 주겠다고 광고했다가 거둬들인 해프닝도 있었다. 롯데마트에서는 일본산 맥주를 사면 마스크를 주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극한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해보겠다는 얄팍한 상혼이며,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생긴 일이다.
     

     이런 싱황이 발생하면 내가 경험하고 기억하고 있는 80년 ‘오월 광주’가 생각난다. 당시 광주 시민은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조치를 내놓자 이에 항거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유신독재로부터 벗어난 민주사회를 기대하고 있던 터에 신군부가 행한 이 조치는 헌정을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기대했던 민주화에 정반대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군부는 사전에 시위 진압 훈련을 받은 공수부대를 투입해 무차별적 폭력적으로 무자비하게 진압하여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을 살육했다. 이에 격분한 시민들은 무장하기 시작했고, 이후 무장한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 지속적인 교전이 벌어져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결국 21일 저녁 계엄군은 시 외곽으로 철수하여 광주시로 통하는 모든 도로망을 차단하고 모든 통신을 끊었다. 광주는 군인들에게 완전 포위 봉쇄됐고 철저하게 고립됐다. 지금의 ‘코로나19’ 상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속박과 고립의 상황이었다.

     이때 광주는 27일 신군부에 의해 무력 침공을 당하기 전까지 5일간의 시민 자치 사회를 경험했다. 광주는 무기를 자유롭게 소지할 수 있던 그 상황에서도 강도 사건도 없었고, 금은방이나 은행 하나 털린일이 없었다. 식품이나 생필품에 대한 ‘사재기’가 아니라, 오히려 집에 있는 음식을 가지고 나와 시민들과 나누어 먹었다. 산수동 오거리나 양동 시장 등 시내의 거리 곳곳에서 광주의 어머니들이 시민군들에게 주먹밥과 음료수를 나누어주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것이 ‘주먹밥’으로 상징되는 광주의 대동정신이다. ‘주먹밥’의 상징 속에는 ‘민주’, ‘자주’, ‘통일’, ‘인권’, ‘평화’가 단단하게 뭉쳐 있다. 광주민중항쟁 40주년이 되는 올해, ‘코로나19’의 극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주먹밥’의 정신을 배우고 계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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