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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2020년 1월호]

     

    관의 돈으로만 굴러가는 사회

     

     

     

    김옥렬_다큐디자인, 광주전남 민언련 대표

     

     

     

    지난 여름 광주에서 열린 2019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가까이서 지켜보니 통탄할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수영 불모지인 도시이다 보니 일반 관객이 거의 없어 관중석은 텅텅 비고, 이를 의식한 광주시는 공무원들을 동원해 빈자리를 채우게 하는 일이 연일 이어졌다. 공무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 크지 않았다. 선수단 및 관람객들 안내 등의 봉사를 위해 ‘돈 들여’ 뽑고 운영한 서포터즈들이 응원석을 메꾼 일도 비일비재했다. 흥행이 안되다 보니 방송 생중계도 없었고 대회는 말 그대로 선수들과 공무원들의 잔치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와중에도 떡고물 예산받아 열린 관제전시회는 수두룩했다. 성공기원 ○○전시회라는 타이틀을 걸었지만 사람들 관심을 끌 수는 없었다.

     

    대회조직위는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제대로 받지못해 돈을 아낀답시고 임시 경기장을 지어 경기하고 다 철거했다. 그래서 대회 후 경기장 하나 남지 않게 된 것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놓고선 무슨 ‘레거시’(유산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운운하며 수백억 원을 들여 또 수영진흥센터를 짓는다고 난리다. 그 샌터에는 주요시설로 수영장도 들어있다. 8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쏟아부어 치른 대회인데 100억 여 원 흑자라고 하는 논리도 그렇고, 그래놓고 다시 400억 여 원을 들여 기념시설을 짓는다는 것들은 무슨 논리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이런 일은 예견되어 있었다. 스포츠대회 유치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던 단체장의 무리한 도전이 낳은 불상사요, 대회결과를 정치적 목적으로만 활용하려는 과욕의 결과 아니던가? 인기스포츠는커녕 동호인도 얼마 없는 작은 도시에 국제대회를 유치했고, 관에서 표를 강매하다시피 해서 치른 대회였으니 처음부터 명약관화한 모습이다.

     

    이런 모순된 일들에 대해 사실 시민들은 잘 모른다. 그저 대회가 열렸고 무사히 끝났다는 것 외엔. 언론도 사전에 침묵하고 사후에도 모르쇠다. 관에서 성공개최라고 보도자료 내놓으니 덩달아 성공대회라고 칭찬할 뿐이다. 일을 벌이는 것은 돈과 힘을 가진 공무원들이고, 일 저질러서 엉망되고 호주머니 털리는 것은 시민들인데 언론조차 말을 안해주니 일반인들은 전혀 모른다.

     

    이렇게 관이 알아서 만들고 돈 부어 치르다가, 돈 지원안하면 흐지부지 되거나 명맥마저 끊긴 행사나 사업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연말엔 남광주밤기차야시장이 개장 3년 만에 ‘거덜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1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쏟아 붓고 무슨 엄청난 일이 있을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한 사업인데 찾는 손님이 없어 야시장 운영자체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푸드트럭 몇 대 들이고 청년상인들이 어쩌고 저쩌고 요란을 떨었지만 애초부터 말도 안되는 사업이었다. 이미 비슷한 컨셉의 1913 송정시장, 대인야시장이 바람을 잡고 있던 터에 여러 여건이 불리한 시장에 비슷한 사업을 들이밀었으니 잘 될 턱이 없었다.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서 기획하고 돈 쏟아부은 사업의 결과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예술야시장의 개념으로 출발한 대인야시장 사업도 비슷한 모양으로 가고 있다. 한때 예술인들이 둥지를 틀고 작품 창작과 전시판매를 해 인기를 끌었으나 지원이 줄어들면서 입주 예술인들이 거의 다 떠났다는 이야기만 들린다. 이제 주말에 술 한잔하러 오는 시민들의 발걸음만 남고 당초의 취지는 어디 가버렸다는 불만이다. 대인야시장에 쏟아부은 돈은 얼마인지 알 수도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관에서 세금 쏟아부어 주도하는 사업들은 계속된다. 단체장의 공약을 이행하느라, 혹은 세워진 예산을 사용하느라 비슷한 사업은 끊이지 않는다. 지역색깔은 하나도 없는 돈잔치 축제가 해마다 계속된다. 지역축제에 지역 예술인들은 가물에 콩나듯 출연하는 반면에 외국에서 또는 서울에서 돈주고 불러온 예술집단들 놀이터가 되고 있다. 서울서도 부산서도 하는 풍선불고 비눗방울 날리는 축제프로그램이 금남로에서도 똑같이 진행되는데 누구도 관심이 없다. 그냥 굴러가면 되는 일이다.

     

    수천만 원의 지원금으로 열린 공연에 관계자 외에 찾는 관객이 없어 억지로 지인을 동원하고 표도 공짜로 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지만 재검토나 중단되는 일은 없다. 지원금 받았으니 대충해도 날짜 맞춰 공연만 올리면 된다는 식의 먹튀가 난무해도 제재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어차피 써야할 예산이니 사업만 돌아가면 되는 일이다.

     

    광주에는 온통 공무원이 기획하고 관이 지원해서 움직이는 일들만 가득한 것 같다. 분야를 가릴 수가 없지만 문화분야도 심각하다. 문화진흥을 위해 일정정도의 지원은 불가피하다지만 너무 심하다. 정작 그 혜택을 누려야할 시민들의 관심은 바닥인데, 아니 어쩌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소비경험 부재로 문화소비력이 제로인 사회에 뭔가 일을 꾸며야 한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관제문화행사’만 난무하는 현상이 말로 다 할 수 없다. 당연히 그거 바라보고 만들어지는 관변문화집단이 갈수록 늘어가고 정작 진정한 예술혼과 자존심으로 승부하려는 진짜 예술인들은 소외받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풍성한 문화예술공연이나 전시가 자발적으로 열리고,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그래서 예술인들이 관의 지원금 맞추려고 무대에 서지 않아도 되는 일은 불가능할까? 아니 그런 방향으로 공무원들이 머리를 더 쓰면 안되는 걸까? 고기를 주기 보다 고기잡는 방법을, 아니 블루오션으로 가는 길을 제시할 행정은 불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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