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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근 건축사·포유건축 대표] ‘광주다운’ 공동 주택과 ‘광주스러운’ 방음벽

    2019년 01월 23일(수) 00:00
     

    지난 8일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광주시가 광주만의 차별화된 주거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광주다운 공동 주택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한다.

    광주시는 공동 주택 현황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서울, 세종 등 선진 공동 주택 디자인을 갖춘 지역을 사례 조사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 여건과 특성에 따라 건물 배치, 외벽 디자인, 발코니 형태, 특화된 부대시설 등에 ‘디자인’과 ‘안전’을 접목시킨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단다.

    가이드라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주변 지역과 기존 도시 구조 특성을 비롯해 보행 동선의 연속성을 고려하고, 공공성을 확보한다. 대지 형상과 주변 지역과의 관계를 고려한다. 층수와 규모는 무등산권과 영산강변, 광주천 주변 경관 자원·지형과의 조화를 이루게 한다. 친환경·에너지 절약 설계를 하여 지속 가능한 건축이 되게 한다. 피난·방화 구조와 범죄 예방이 가능한 안전 설계를 한다. 무장애 설계를 한다.” 총론은 모두 합당한 방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흐름으로 보면 각론이 걱정이다. 도시를 종합적·입체적으로 보고, 디테일을 세심히 다루고, 우선 순위 결정의 지혜가 절실하다.

    필자는 여기에 염려되는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방음벽을 제거하라. 공동 주택에 관련된 법과 규정에 따르면 소음에 대한 기준이 있다. 단지 내 소음과 주택 내부 소음에 대한 기준이다. 그런데 유독 광주만 단지 내 소음 기준을 ‘법대로(?)’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방음벽 공화국이다. 방음벽은 단지 내 ‘소음 공해’를 막는다는 명분하에 대다수 시민들이 겪게 되는 더욱더 큰 ‘시각 공해’가 되고, 도시 흉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주가 벤치마킹하려고 하는 서울이나 세종에선 방음벽 보기가 힘들다. 왜일까? 그곳 행정이 직무 유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광주가 작은 규정에 매몰되어 너무나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들어다 보고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방음벽을 재고하고, 도시 경관을 회복하자. 공동 주택 단지 내 소음보다는 주택 내부 소음 대책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함께하는 공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층수 제한을 신중히 하라. 높은 건물은 주요 경관을 보는데 장해물이다. 도심에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경관 장해물은 ‘층’수가 아니라 ‘동’수다. 39층 공동 주택은 경관에 방해가 없고, 40층은 방해가 되는가? 39층짜리 2개 동 보다는 78층짜리 1동의 건물이 지상의 보행자들에게 훨씬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해 준다. 바람길, 일조, 채광에도 유리하다. 

    시공비는 더 든다. 당연히 안전 대책은 마련되어야 한다. 광주의 아주 특별한 경관 지역(지구)을 제외하고는 층수를 높이고, 동수를 줄이고, 건폐율은 적절히 축소되어야 한다. 타 도시에선 이런 추세다. 왜 광주는 층수에 매몰되어 있는가. 문제는 층수가 아니라, 장벽을 형성하는 건물 폭과 동수란 것을 간과하지 말자.

    셋째, 담장을 제거하고 녹지를 공유하라. 보행 동선의 연속성을 해치는 주범은 공동 주택의 담장이다. 도심 주거지와 소규모 상가 밀집 지역들이 재건축과 재개발되면서 그들만의 성을 쌓는다. 기존 지형과 가로 패턴을 무시되고 평지화 된다. 그 결과 인접 가로나 대지엔 옹벽이나 절벽이 형성되고, 이웃 주거지와는 단절된다. 보행 동선은 끊긴다.

    가로변 담장을 최소화하고 개방 녹지를 적극적으로 조성하여 공공성을 확보하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소공원을 많이 만들자. 가능한 기존 가로 패턴은 유지하여 보행의 연속성도 확보하자. 이를 위한 인센티브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걷고 싶은 도시’가 된다. 걷고 싶은 도시는 결국 ‘살고 싶은 도시’의 기본이다.

    문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타 지역에서 ‘광주답다’고 말할 때는 광주에 걸맞거나 긍정적 평가를 할 때 쓰곤 한다. 그러나 비아냥거릴 때는 ‘광주스럽다’고 말하는 소릴 들었다. 씁쓸한 감정이 교차되는 말이다. 공동 주택 단지에서 과도한 방음벽 설치나, 획일적인 층수 제한, 행정의 경직성은 부정적 어감의 ‘광주스런 공동 주택’을 만들게 된다.

    광주가 ‘광주답게’ 민주적이고, 선도적이고, 다수의 인권이 보호받는 도시가 되길 기대한다면, 각각의 분야에서 나로 인해서는 ‘광주스럽다’란 말을 듣지 않도록 해야겠다. 시선의 높이가, 생각의 유연함이, 탁월한 사유가, 행동하는 양심이 나에게도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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