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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무와 동지


    주홍
    치유예술가·샌드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입력날짜 : 2019. 02.07. 18:24

     

     

    ‘동무들아 오너라/서로들 손잡고/노래하며 춤추며/놀아보자/낮에는 해 동무/밤에는 달 동무/우리들은 즐거운 노래동무~ 비 오면 비 동무/눈 오면 눈 동무/우리들은 즐거운 어깨동무~’ 어렸을 때 나는 이 노래를 좋아했다. 부르기 쉬웠고 노래를 부르면 상상으로 그림이 그대로 그려지는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의 동시다. 

    초등학교 어느 날 선생님이 이 노래를 부르면 안 된다고 하셨다. ‘동무’라는 단어가 북한에서 쓰는 말이니 이 노래를 부르면 간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혹시 주변 어른들 중에 ‘동무’라는 말을 하면 신고해야한다고 덧붙여 강조하셨다. 당시에 제주에서는 교사가 학교에서 동무라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끌려가 전기고문을 받기도 했으니, ‘동무’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서 나쁜 말로 규정되고 금지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 뒤로 나는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동네사람들 중에서 동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간첩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1970년대에 초등학교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세뇌였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만드세~’ 온 동네에 새마을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새벽에 눈을 떴고, 학교에 가기 전 아침 6시에 빗자루를 들고 동네에 모여 청소를 했다. 학교에 가면 매일 아침 조회 시간에 1부터 10까지에 가사를 붙여 이런 노래를 불렀다. ‘일하시는 대통령/이 나라의 지도자/삼일정신 받들어/사랑하는 겨레위해/오일육 이룩하니/육대주에 빛나고/칠십 년대 번영은/팔도강산 뻗쳤네/구국의 새 역사는/시월유신정신으로~’ 반공교육과 새마을 운동, 그리고 박정희대통령 찬양이 학교 공교육이었다. 일제 식민지 시절 공교육을 통해 철저하게 민족자존을 말살한 세뇌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단어까지도 사용이 금지되고 노래도 금지되며 자기 논리를 펴면 ‘말 많은 빨갱이’가 되는 시절이었다. ‘동무’라는 아름다운 단어는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사라진 단어가 되었다. 

    ‘동지들 모여서/함께 나가자/무등산 정기가/우리에게 있다/무엇이 두려우냐/출정하여라/억눌린 민중의/해방을 위해/나가 나가/도청을 향해/출정가를 힘차게 힘차게 부르세~’ ‘광주출정가’다. 대학시절 ‘동지’가 들어간 노래를 금남로에서 부르며 최루탄을 뚫고 흩어지지 않았던 연대 의식이 담긴 동지! 

    얼마 전 ‘말모이’란 영화를 봤다. 일제 강점기,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고문당하고 죽어가면서 그 살벌한 시절에 전국의 사투리까지 모아서 표준어 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결국 그렇게 목숨을 걸고 우리말을 지킨 분들 덕분에 36년이라는 오랜 식민지시대를 거쳤지만 우리말을 지킨 자존감 있는 민족이 되었다. 나는 ‘말모이’ 영화 속에서 조선어학회에서 서로를 부르는 ‘동지’라는 존칭이 멋있어서 광장에서 촛불을 밝혔던 분들에게 ‘동지’라고 칭하고 댓글을 달았는데 반응이 참 좋았다. 그리고 서로 자연스럽게 동지라고 부르게 되었다. ‘동지!’ 얼마나 멋진 존칭인가! 뜻을 함께하는 연대의식이 담겨있는 호칭이다. 

    일제의 ‘황민화’정책으로 우리말사용이 금지된 때부터 해방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말모이를 보면서 해방 이후 현대사에 이어지는 일제식의 교육방식이 학교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지금까지 공교육에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이후 독재에 저항하고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숨어서 사진집을 만들고 전국 학생회에 돌려 광주 오월 사진전시를 했던 ‘동지’들이 말모이의 조선어학회 동지들과 겹치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 중에서 ‘말’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끔찍했던 억압의 세월이 그 시대의 말에 그대로 드러나는 구나.’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우리말에 영어 단어의 비중이 얼마나 높은가? 인도에서 온 친구가 충장로를 걸어가며 “한국은 왜 간판이 대부분 영어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미국식 발음을 해야 영어 좀 하는 사회 분위기를 보면 우리는 미국의 강력한 억압 하에 있는 게 분명하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란히 세워진 국기를 배경으로 두 정상이 함께 등장하고 만나는 장면은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베트남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됐다니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이대로 쭉 서울남북정상회담까지 이어져 분열의 역사를 끝내고, ‘동지의 시대 동무의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꿈꾼다. 다시는 뒤돌아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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