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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아파트단지의 마을공동체 / 서순복

    • 입력날짜 : 2021. 02.14. 17:55
    서순복 품질자치주민자치시민들 대표회장/조선대 법학과 교수
    엊그제가 설이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방식대로라면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 하는 풍습들이 있었다. 어머니는 섣달 그믐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놀리셨지만,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 부엌 큰 물항아리에 팥을 떨어트리며 내 다래끼 가져가라고도 했다.

    시골 농촌에서 자란 필자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추억에는 설이면 전날부터 마당을 쓸고 설날에는 집안 어른들께 인사 올리고 나서 동네 한바퀴 돌면서 옆집 뒷집 찾아 다니며 인사를 드렸다.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이미 2016년에 82%를 넘었다. 특히 아파트나 연립주택 같은 집합건축물의 비율은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2018년 기준 아파트 거주 비율이 광주시는 세종시 다음으로 높은 64.4%였는데, 이제는 광주가 우리나라에서 주거의 아파트 비율이 제일 높다고 한다.

    아파트 밀집도도 문제려니와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무등산 조망권 침해, 바람길 물길의 방해는 어떠할까? 특히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아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서로 본체만체도 안 하고 지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도시에서 농촌의 마을과 같은 공동체성은 불가능하겠지만, 아파트단지가 많은 우리 도시에서 공동체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아파트는 협력보다는 방어 개념이 더 우세하기에, 더불어 공동체의식을 형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문제의 발생원인이 공동체의 붕괴에 있다고 할 수 있기에, 우리네 삶에서 가장 보편적인 일상 생활환경과 거주공간이 되어버린 아파트에서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가족이 거의 해체된 지금, 멀리 사는 자식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이 어쩌면 가족보다 가까울 수 있다. 광산구 노인들이 많이 사시는 아파트에서는 각 층마다 제일 젊은 70대 노인이 매일 아침 문을 두드리며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

    주민자치는 기본적으로 지역(또는 마을)공동체를 전제로 한다.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동네와 마을을 거점으로 주민들 간에 유지되는 사회적 심리적 유대가 주민자치의 시작점이다. 지역을 거점으로 형성된 구성원들의 유대는 지역이 당면한 공동의 문제 상황이 전개되면서 비로소 구체적인 행동과 참여로 이어진다. 지역공동체는 일정한 지리적 공간이나 장소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소의 의미를 내포 않는 다른 공동체와는 다르다.

    우리 사회에 개인주의는 갈수록 늘어나고 경쟁은 심화되며, 사회적 소외와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지역쇠락 등 여러 사회병리 현상에 대한 효과적 처방으로 공동체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공동체 활성화사업이 시행된지도 꽤 오래됐다. 아파트 공동체 추진사업은 주민이 제안한 다양한 아파트공동체 활동, 예컨대 친환경 활동, 교육·문화강좌, 주민축제 등을 지원해 이웃과 서로 소통하는 건강한 주거공동체 문화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화합을 통해 확산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2020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공모사업’에서 대상을 수상한 성북구 아파트는 냅킨아트, DIY공방, 반찬나눔, 아나바다 장터, 옥상텃밭 가꾸기, 영화제, 달빛친구도서관 개관, 탁구교실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 함께 소통하고 교류하며 진정한 공동체의 모범을 보여줘 2년 연속 우수단지에 선정됐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는 옥상에 공동텃밭을 운영하였는바, 텃밭은 공유재 특성 때문에 누군가 자의적으로 작물을 가져가는 것을 통제하기 어려운 반면, 생산되는 작물의 양은 많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조금씩이라도 매일 가져간다면 텃밭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생산된 작물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한다는 원칙하에 자발적으로 개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수확물의 양을 줄이고 공동생산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협력해야 한다.

    세월과 시행착오를 거쳐 행동준칙이 수립되게 된다. 텃밭운영을 포함한 공동체운동은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 아파트 주민들간에 어떻게 신뢰가 쌓이고, 상호이해가 증진될 것이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파트 주민들이 추진주체가 되어 사업을 기획하고, 행정이 지원하고, 지원단의 컨설팅을 받으며 성공할 수 있다.

    아파트단지 주민들간의 친밀한 이웃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공동체성, 공동체의식 형성에 중요하다. 주민들간에 서로 만나 상호작용을 강화해야 친밀한 이웃관계가 이뤄질텐데, 그럴려면 아파트 주민들이 참여하고 싶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공유공간 시설도 갖춰야 할 것이다. 희생 번트해서 나서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젊었을 때 사회비판적이었던 어느 어른이 이제는 마음 따뜻한 늙은이가 되고싶다는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나도 고민 많은 젊은이들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중년이 되고 싶다. 아파트 주민 개개인도 힘들지만 이웃을 위해 봉사할 때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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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062)234-2727 팩스:062)234-2728 이메일:r-cultur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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