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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 주홍

     

    주홍 치유예술가·샌드애니메이션아티스트

     

    신축년 새해에도 마스크를 썼다. 작년에 그린 인물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도 내 그림 속에서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인류가 저지른 악행과 과한 욕망에 죄 값을 치루는 우울한 새해다. 마스크를 쓰고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은 명상 중이다. 나는 매일 명상을 한다. 눈을 감으면 모든 세상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을 뜨면 분리된다. 명상은 모든 것이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시간적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통합되고 공간적으로 떨어져있는 것들은 명상 중에는 연결돼 있다는 것을 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고요와 평안이 찾아온다. 영감의 원천과 마주하고 호흡이 느리고 고요하며 맑아진다. 2020년에 그린 눈을 감은 자화상은 시간과 공간이 통합되고 온 세상이 연결된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마스크를 쓴 자화상은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역설적으로 평안과 고요라는 두 측면을 상징한다. 이렇게 우리는 2020년을 보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세상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류에게 알려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거대하고 단단한 덩어리로 보이는 것, 야생동물과 인간, 너와 내가 연결돼 있고,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연결돼 있고, 대통령과 시민이 연결돼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 대통령도 영국총리도 흑인도 백인도 분별하지 않았다.

    모두 연결돼 있으니 그 누구도 바이러스에서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이렇게 연결돼 있음을 깨우치게 했고 한 명의 이기적인 행동이 어떻게 집단을 감염시키는지를 확인시켜줬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타자를 배려하는 선한 연대만이 살 길이라고 가르쳐줬다. 그 타자는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 생명체 전체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요구되는 삶의 태도, 도덕성에 대한 진지한 전환의 시기였던 것이다.

    2020년을 돌아보니, 많은 것이 무너지는 한 해였다.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고 있던 것들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의해서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기후변화까지 겹쳐 개인적으로는 홍수로 작업실이 물에 잠기고 많은 작품들과 책들을 버렸으며, 작업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많은 시민들과 함께 민주광장에서 그림 그리는 퍼포먼스 작업은 현장에 나 혼자 있었다. 아니면 동료작가 3-4명이 각각 떨어져서 자신의 퍼포먼스를 해야만 했다. 광장은 비어있고 사람들은 집에 있었다.

    일단 사람들이 많이 모여 함께하는 일들이 무산되기 시작했다. 학생 없는 교실에서 강의를 하고 관객이 없는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고, 관객 없이 야구나 축구를 하며, 영상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영상으로 학생들을 만나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게 됐다.

    직접 만나도 터치가 사라졌다. 반갑게 팔을 벌리면 이상한 사람이 되고 악수를 청하면 무례한 상황이 된다. 예식장이나 장례식장에 가서 인사하고 함께 식사하는 문화도 사라지고 계좌이체로 마음을 표현한다.

    힘겨운 1년을 살면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문화의 전 영역에서 거대한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2차 세계대전 사상자를 넘어서는 확진자의 숫자는 인류를 절망에 빠뜨리고 있는 가운데 신축년이 찾아왔다.

    비대면의 상황이 언제 끝날 것인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인간의 대처능력보다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가 더 빠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년 전을 생각해보면 몇 달 후면 만날 수 있겠지 생각했던 멀리 있는 가족들도 만나지 못하고 1년을 넘기게 됐고, 곧 끝날 것만 같았던 마스크 쓰기가 일 년이 지나도 계속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역병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고 우리는 바이러스 시대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왔다.

    그러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깨우침과 전 세계인의 우정과 연대만이 생존을 위한 길이다. 지구 생물이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은 야생동물이 멸종되면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북극 빙하가 녹아 백곰이 삶의 터전을 잃으면 인간의 삶의 터전도 바다에 잠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룬 대량생산 대량소비구조의 물질문명은 대량 쓰레기를 양산한다. 시스템과 문화의 대 변화가 요구되는 신축년이다.

    그런데 비대면으로 배달문화가 빠르게 정착했다. 배달음식이 남긴 분리수거가 불가능한 이 많은 쓰레기를 어찌할까? 집단 지성이 움직여서 삶의 대전환이 일어나길 기도한다. 지속가능한 우리들의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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