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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 감염’ 디지털 영토엔 온라인 방역을

    등록 :2020-02-25 17:20수정 :2020-02-26 02:04

     

    [한선의 미디어전망대]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주말 햇볕은 따스하고 온화했다. 평소라면 이른 봄기운을 만끽하러 나갔을 테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이불 밖은 위험해’.

     

    그런데 가만 보니 더 위험한 것들이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 혐오 표현과 낙인,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 그리고 정치적 악용에서 스미싱 사건에 이르기까지. 소셜미디어 공간에 불신과 혐오의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대중의 불안과 공포를 악용해 이득을 챙기려는 세력들이 꿈틀대고 있다. 그중에는 우리가 진정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자괴감이 들게 하는 것도 있다.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낙인찍는 혐오 표현과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코로나 발생 초기 광주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믿기지 않는 댓글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어 오히려 안심됐던 기억이 난다. 몇몇 소수의 얼빠진 반응일 뿐이라 여겼는데 대구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유력 정치인이 나서서 자제를 당부하는 것을 보니 이제 온라인 방역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음을 깨닫는다.

     

    온라인 방역은 미디어리터러시(미디어 정보 해독력)의 역설을 극복하는 것에서 시작해볼 수 있다. 그동안 미디어리터러시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별하고 성찰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왔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성숙과 건강한 토론을 가능하게 해주는 전제 조건이자 핵심 역량으로 여겨지면서 관련된 실천과 캠페인, 학술적 논의가 착실히 진행돼왔다. 핵심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대중이 스스로 참여하게 만들 수 있는지, 메시지의 책임 있는 소비 또는 참여 확대를 위해 물적 조건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등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소셜미디어와 같은 미디어테크놀로지의 발달은 대체로 긍정적인 기회의 확장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금의 미디어 생태계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미디어리터러시의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주어진 것을 비판적으로 해독하는 것만 목표로 훈련받은 대중은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치르면서 가짜뉴스와 시민들의 참여, 미디어리터러시의 상호관계를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비슷한 성향끼리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확증편향이 일어나기 쉬운 미디어 환경에서는 미디어리터러시가 도리어 정치적 극단을 강화하고 불신과 혐오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판적 능력을 기르는 것에만 집중한 학생들은 관련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보다 더 냉소적이고 토론에 참여하려는 의지도 부족할 뿐 아니라 제도권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더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미디어리터러시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임 있는 디지털 시민성으로 선회하고, 공동체와 공동선을 위한 연대와 돌봄의 도구로 미디어리터러시를 다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 있는 참여와 타인을 향한 연민이 겸비된 디지털 시민성이 구축된 이후라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 침해와 알 권리의 충돌처럼 이번 사건을 통해 단초를 드러냈지만 진지하게 들여다볼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의제를 논의하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내가 거주하는 디지털 공간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허만 남은 황량한 디지털 영토는 아닌지, 어떤 경우든 비난할 준비가 돼 있는 감염 공간은 아닌지 서둘러 점검하는 온라인 방역에 나설 때다.

     

    한선 ㅣ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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