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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에 만난 사람<9>목운 오견규 화백

    “마음 속에 향기나는 매화 한그루 심으세요”
    27일부터 무등갤러리서 ‘죽청매수’전…최근작 선봬
    “그림도 학문의 결과…작가의 세계관·철학 가져야”
    “물질만능시대 가끔은 뒤돌아보게 그림으로 표현”

    2020년 02월 17일(월) 16:13
    목운 오견규 화백
    꽃샘추위가 오락가락 하는 이맘 때 쯤이면 늘 생각나는 작가가 있다. 목운 오견규 화백.

    목운의 그림은 매화 향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할 무렵 봄 소식과 함께 가장 잘 어울린다.

    목운의 전시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오는 27일부터 3월 11일까지 무등갤러리에서 ‘죽청매수(竹淸梅瘦; 대숲 맑고 매화 야위다)’를 주제로 오랜만의 전시를 선보인다.

    목운은 지난 2013년 광주시립미술관의 서울 갤러리 GMA 초대전에 이어 2014년 2월 전남대병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01년 궁동갤러리 이후 예술의 거리에서 전시를 선보이기는 20년만이라고 했다.

    “몇 해 전부터 무등갤러리에서 작가지원전을 제안해 왔는데 그동안 내 스스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어 고사해 왔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림을 그리겠지만 올해 들어 이즈음 화업 중간 결산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지요. 오랜만에 전시를 선보일 때도 됐고….”

    최근 동구의 화실에서 만난 목운은 여전히 클래식 음악 가득한 그곳에서 책과 그림과 사색에 파묻힌 모습이었다.

    “이맘때면 선생님 생각이 난다”고 입을 뗀 그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2014년 타계한 스승 아산 조방원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아산 선생과 관련한 이런저런 일화들을 들려주다가 이번에 출품하는 전시작들을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한도’ 등 50호 크기 작품 15여점과 함께 10호에서 30호 크기 최근작들로 35점을 구성해 건다.

    전시도록 표지의 매화가 독특하다. 자연 속에 뿌리내린 매화나무가 아니라 언제든 옮겨 심을 수 있게 뿌리와 흙이 덩어리로 드러난 매화다.

    화백은 ‘당신도 마음 속에 향기나는 매화 한그루 심으십시오’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아크릴과 분채의 혼합 등 새로운 재료의 시도도 눈에 띈다. 이밖에 신문 지면 위에 그린 매화, 푸른 죽청 등이 눈길을 끈다.
     
    ‘봄강에 가랑비 내리고’
    출품작 중에는 유일하게 서예 글씨도 한 점 포함됐다. ‘용슬(容膝)’이라는 글씨인데 ‘무릎을 겨우 들여놓을 만한 작은 집’을 뜻한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왕이 진중자란 이에게 재상을 맡아주길 권했는데, 그는 네마리 말이 끄는 수레나 잔칫상 같은 밥상보다 용슬에 고기 한 점이면 족하다며 고사했다.

    화백은 “용슬이란 단어는 물질주의로 치닫는 현대인에게 맑은 대숲 바람에 귀를 씻고, 은은한 매향에 마음을 담가보는 성찰을 시간을 갖게 하고싶은 마음을 일필로 그리듯 써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도록에 담긴 인사말이 화백의 오늘을 대신하는 듯 하다.

    “내 그림은 반쯤 붓을 대고 반쯤은 비워둔다. 때로는 여백이 지나쳐도 ‘있음’과 ‘없음’이 서로를 낳는(有無相生) 이치와 같아 없음 때문에 오히려 있음이 도드라진다. 수묵도 버릴까 말까 하다가 반은 취하고 반은 채색을 사용했다. 화선지엔 바람이 보이고 물소리가 들리는 풍경을 담으려 마음을 보탰다. 본디 동양화는 작품의 격조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 미묘함은 그리지 않고 드러내는 방법인데 이 역설의 의미는 종심(從心)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말하자면 그림도 학문의 결과라는 것을.”
     
    ‘죽청’
    올해로 일흔넷이 된 화백은 “모든게 조심스러워지는 나이가 됐다”고도 했다. “글자 그대로 무심의 경지로 가는 것 같다. 공자가 했던 종심소욕(從心所欲)이라는 말은 70세를 가리키는 말인데 마음 속에 하고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경지인 듯 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대동문화재단의 제1회 대동전통문화대상을 수상했던 그는 “나이를 먹어서도 상을 받는 것이 격려가 됐다”며 “아내가 아파 병원에 있었고, 힘든 시기였는데 수상이라는 게 참 뜻깊었다. 이번 전시를 선보일 수 있게 된 계기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화가는 물질주의로 치닫는 사람들에게 가끔은 뒤돌아보게 그림으로 전달해줘야 한다”고 밝힌 화백은 “그림 그리기 전에 내가 무엇을 그릴 것인지 자기 세계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일종의 작가의 철학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 후 대작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 동양화는 작품 크기가 커지면 바닥에 종이를 펴고 엎드려 작업해야 하는 까닭에 건강이 허락해야 한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대작을 해야지요. 진부한 사수화를 탈피한 대작을 고민하고 마음속에서 갈망하고 있습니다. 여든이 될 때는 그동안의 작가노트와 글 등을 모아 매듭을 짓고 싶어요. 화집도 만들고 싶고요.”

    전시 초대일시는 27일 오후 3시.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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