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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깃발
    주홍
    치유예술가·샌드애니메이션 아티스트

    • 입력날짜 : 2020. 02.06. 20:11
    깃발은 하나의 이념아래 획일적으로 군중을 움직이게 하는 집단의식을 위한 상징이다. 깃발은 집단광기로 작동하고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킨다. 인류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두 개의 깃발이 있다. 20세기는 그 두 개의 깃발아래 끔찍한 대량학살이 있었다. 독일 나치당의 깃발, 하켄크로이츠와 일본전범기인 욱일기다.

    2차 세계대전 중 유럽 전역에서 히틀러의 나치당 깃발아래 1천100만명의 유태인, 슬라브족,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정치범 등이 대량학살 됐다. 반인륜 범죄의 상징인 독일 나치당의 하켄크로이츠는 사용이 금지된 문양이고 깃발이 됐다. 독일은 패배 후, 홀로코스트법을 제정하고 반인륜범죄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왜곡, 찬양, 미화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면 형사처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깃발은 욱일기다.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를 피로 물들게 했던 깃발, ‘아시안 홀로코스트’라 불리는 731부대의 생체실험, 세균무기, 화학무기의 사용뿐만 아니라 강제 징용, 위안부 등 반인륜적인 제국주의 국가권력의 광기가 욱일기 아래에서 작동했다. 30만 명의 난징대학살을 포함해서 중일전쟁으로 2천100만명이 희생됐다고 중국은 말한다. 얼마나 위험한 광기의 깃발인가!

    올해는 2020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인류 평화와 화합의 대제전 올림픽에서 공공연하게 욱일기를 사용하겠다고 하는 일본 정부, 피폭된 후쿠시마농산물을 안전하다며 선수들에게 식재료로 사용하겠다는 일본정부는 대량학살의 전쟁과 강간, 생체실험, 약탈의 반인륜적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은커녕 침략전쟁을 어떻게 미화시킬까에 전념하는 것 같다. 게다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메달은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아예 배경에 깔고 있다.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에, 티셔츠에, 상품 디자인에 교묘하게 욱일기를 사용하며 전범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아베정부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욱일기를 들고 전쟁가능한 나라로 만들기 위한 개헌까지 강행하려는 속내가 보인다.

    IOC에서 도쿄올림픽에 욱일기 사용이 문제될 것 없다고 했다는 것은 올림픽정신이 돈에 넘어갔음을 시사한다. 아니면 아시아의 가까운 현대사에 너무 무식한 것일 수도 있다. 독일에서 나치당의 하켄크로이츠 깃발을 사용해서 올림픽 메달의 디자인으로 사용했다면 IOC에서 문제될 것 없다고 했을까? 나는 미술인으로서 이런 깃발의 이미지와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한다. 하켄크로이츠도 욱일기도 번영과 평화를 상징하는 의미를 붙여서 만들어진 상징이미지였다. 극단적인 지도자가 손으로 들고 흔들면 그 아래서 대량학살이 자행될 수 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전범기인 욱일기는 폐기돼야 한다. 이미지를 만들고 사용할 때 인문학적 배경을 알고 공부해야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나는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일본의 욱일기가 같다’라는 세계인을 향한 이미지의 발언을 보고 아시아의 한 미술인으로서 이 운동에 어떻게 동참할까를 생각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은 이 운동에 동참하기로 예술가들과 논의했다. 3월1일부터 전시회를 통해서 영상작가는 영상으로 제작하고,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고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설치미술가는 설치 작품으로, 퍼포먼스로, 음악가는 연주로, 다양한 현대미술의 표현방식으로 욱일기의 진상을 알리기로 했다. 다시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말이다.

    국가주의 깃발을 들면 살인도 정당화되고, 생체실험도 ‘애국’이라는 미명하에 정당화될 수 있다. 개인의 인간다운 사유와 양심과 연민은 사라지고 조직의 일원으로 ‘명령에 따를 뿐’이라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저자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악의 평범성’이 작동해 버린다.

    ‘악의 평범성’은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개인에게는 양심의 가책을 일으키지 않는 일상이 된다. 자기 자신으로 살지 않고 조직의 일원으로 타성에 젖어서 살아가고 있다면 ‘악의 평범성’이 나에게도 스며들어 있을 수 있음을 각성해야 한다.

    나치당의 깃발아래서 유태인 600만명을 효율적으로 학살한 독일의 성실한 행정공무원 ‘아돌프 아이히만’이 끝까지 ‘애국’이었고 대량학살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본 아베 정부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발언들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겹쳐진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빠질 수 있는 ‘악의 평범성’은 깃발아래 모이면 더욱 강화된다. 욱일기가 폐기돼야 하는 이유다.

    “희대의 살인마, 절대 악만이 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생각하지 않는 것, 바로 그 자체가 악이다. 이게 악의 진부함이다.” -한나 아렌트의 말이 일본은 물론,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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