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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사진작가 김향득, 재개발·마을을 찍는 이유
    ‘사라지는 것들’ 지금 아니면 기록할 수 없다


    김현 hyu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8-12-26 06:05:01

     


    ▲ 광주지역에서 활동중인 사진작가 김향득 씨.
     광주 최초의 아파트라는 백화시영아파트, 아이들 소리가 끊이지 않던 작은 골목길들,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이야기가 담긴 마을들은 이제는 높은 아파트들로 변모해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들불야학 근거지였던 광천시민아파트, 봄이면 벚꽃이 만발하는 벚꽃명소였던 염주주공아파는 이제 얼마 안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광주의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는 작가가 있다. 광주지역에서 활동중인 사진작가 김향득 씨. 그는 10년째 광주 곳곳을 기록하고 있다. 재개발로 사라지는 마을, 재건축으로 사라질 아파트단지, 역사의 현장 등이 그의 주된 피사체다.

     그는 우리 시대 가장 급격히 사라지는 현장에 주목했다. 곳곳에서 진행중인 재개발 현장이 그중 하나다. 작가는 이들 지역을 5·18민중항쟁, 마을, 사람 냄새, 자연으로 연결시킨다.

     광주에서 ‘5·18 작가’로 통하는 그는 1980년 5월, 당시 고등학생으로 시민군에 참여했고, 끝내 계엄군에 체포돼 고문을 당했다. 이후 5·18 사적지와 옛 전남도청 등을 꾸준히 사진으로 기록했고, 이를 기반으로 수차례 개인전을 여는 등 중견 작가 반열이다.

     “사람들은 저를 오로지 5·18만 찍는 작가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꾸준하게 찍고 있는 다른 것들이 많지요”
     
    ▲“기관총 소리같은 중장비 굉음 충격”

     5·18 외 그가 주목하는 현장은 ‘사라지는 것들’이다. 이 작업의 시작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금남로 전남도청은 아시아문화전당을 짓기 위해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 그는 카메라를 들이댔다. 5·18 항쟁의 상징적 공간이 스러지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따다다다… 굴착기 소리는 마치 기관총 소리처럼 들렸어요.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같은 경험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마을이 사라지고 있는 곳이면, 으레 기관총 소리를 닮은 중장비 굉음이 따라왔다.

     본격적인 기록 작업의 시작은 학동8거리가 사라질 때부터였다. 2008년, 백범 김구 선생의 흔적을 더듬다 찾게된 학동 백화마을이 그곳이다. 다닥다닥 얼기설기 부대끼며 살고 있는 서민들 모습을 신나게 촬영했다. 그런데 다음해 재개발로 이 마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가 촬영한 학동8거리의 마지막 모습은 현재 백범기념관에 걸려있다.

     “계림동, 월산동, 염주동, 산수동… 사라진 곳들, 사라질 곳들, 서민들이 사는 지역을 찍고 있어요.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꾸준히 가서 사진을 찍는 거죠.”

     그는 이 작업이 “과거 속의 따뜻함, 정감 넘치는 이웃과의 기억들을 기록하는” 거라고 말한다.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염주주공아파트 앞에 사는 그는, 이웃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지금’ 당하고 있다. 주민들이 퇴거하고 텅빈 아파트 단지 가로수들이 잘려나가고 새들이, 길고양이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고, 기록했다.

     그런 그에게, 광주의 스카이라인의 변화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재개발 진행 중인 염주주공아파트의 사계절 모습.<사진=김향득 작가> 
    ▲“기록, 당시 가치 계승하는 작업”

     “높은 곳에서 본 광주 전체의 모습을 기록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 너무나 많은 아파트가 생겼어요. 그 많던 동산은 어디로 갔으며, 이 많은 건물들 중 옥상에 풀 한 포기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스카이라인이 각진 아파트들로 채워지는 걸 보면, 생태도시를 표방할 순 없을 것 같아요. 광주는.”

     광주에선 지금 30여 지역에서 주택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곧 누군가 떠나가고 있고, 누군가는 이웃을 떠나보내는 상실감을 느껴야 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재개발을 하면 거기에 재거주하는 원주민 비율이 30%도 안된다고 해요. 이제 이웃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는 사회가 돼버렸죠?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하는 것은 당시의 가치를 계승하는 일이예요. 그 가치를 재생하려고 하면 또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겠죠. 그러기에 누군가 이것을 기록한다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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