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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관순 열사를 생각하다


    주홍
    치유예술가·샌드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입력날짜 : 2019. 03.07. 18:53

     

    3월이다! 날마다 미세먼지 경보 메시지가 스마트폰에 떠오르는 2019년 3월, 갑자기 내 무의식에서 떠오르는 노래,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면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옥중에 갇혀서도 만세 부르다 푸른 하늘 그리며 숨이 졌데요…’ 이런 가사의 노래다. 나는 초등학교 때 이 노래에 맞춰서 고무줄놀이를 했다. 유관순 열사를 ‘누나’라고 불렀다. 마치 가까운 동네 누나처럼 유관순 열사는 우리들의 누나였다. 남녀노소 모두의 누나가 된 유관순 열사는 초등학교 이후 내 뇌리에서 잊혀졌다. 그런데 최근에 문득문득 유관순 열사가 떠올랐다. 나는 유관순 열사를 이 노래로 알고 있었고, 3·1독립만세운동 때 잡혀가서 옥중에서도 끝까지 만세운동을 하다가 감옥에서 숨진 열사 정도로 알고 있었다. 누나라고 부르긴 했으나 그저 역사교과서에 나오는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이었다. 그러니까 옥중에서 어떤 고문을 당하고 어떤 감옥에 있었으며 그녀를 고문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그런 구체적인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잘 몰랐던 것이다. 아니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이다.

    유관순이라는 한 16살 소녀가 겪은 나라 잃은 고통이 가슴 아리게 다가오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지금 내 딸도 10대 청소년인데…하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여러 자료들을 만나게 되었다. 서대문형무소의 끔찍한 감옥구조가 들어왔고, 여자들의 감옥 8번방의 상황이 그려졌고, 그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고 만세운동을 펼치다 독방에서 손톱이 뽑히고 성고문을 당해서 장기가 파열되고 귀와 코가 잘리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잔인한 고문으로 타살된 내 딸 같은 소녀를 생각하니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나는 그동안 유관순 열사를 현실 속의 가까운 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책 속의 열사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 사람의 삶을 통해서 사건을 들여다봐야 그 시대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렸을 때 고무줄놀이하며 불렀던 노래를 다시 흥얼거리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나는 한국인이다. 너희들 일본인은 우리 땅에 몰려와 숱한 동포를 죽이더니 마침내 나의 부모님까지 죽였다. 대체 누가 누굴 죄인으로 몰아 심판한단 말인가!” 재판장에서 이렇게 말하는 16살의 청소년 유관순열사를 떠올리며 스펀지에 먹으로 찍어서 얼굴을 그려갔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느낌이 들고 가슴 먹먹했다. 나는 유관순 열사 얼굴을 그리고, 그 옆에서 노정숙 작가는 태극문양의 봄꽃을 걸개그림으로 그렸다. 주라영 작가는 민중의 고통스런 얼굴위에 드리워진 욱일기를 가위로 해체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친일파 안익태의 애국가가 아니라 승지나 작곡가는 나라를 사랑하는 노래를 작곡해서 불렀으며, 무용가 나은영은 북을 치면서 현대적인 춤을 추고, 평화 시를 낭송하는 한경숙은 이번에는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그리고 몇 몇 청소년들은 퍼포먼스를 구경하며 우리의 작업을 스마트폰 영상에 담았다. 창조적인 퍼포먼스로 광주의 메이홀 공간에서 3·1독립만세운동을 기억했다.

    금남로에서는 광주시가 주관하는 행사로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식과 대규모의 만세 퍼포먼스가 행해졌다. 금남로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치는 광주시민들과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냥한 일본경찰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장면에서 나는 시간이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1980년 5월21일의 금남로와 저렇게 겹칠까!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정말 되풀이 되는 구나.’ 1919년 3월1일의 금남로와 1980년 5월의 금남로는 같은 역사의 흐름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일제식민지 독재에 독립을 외치며 저항했고, 군부 독재에 민주주의를 외치며 저항했다. 지난 100년의 한반도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유관순 열사를 생각하며 유관순 열사의 유언을 새겨본다.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코와 귀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조민호 감독의 영화 ‘항거’를 보며 또 유관순 열사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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