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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인화의 '5월이야기']‘시대의 스승’ 한승헌 변호사를 보내며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관장

    시대의 스승인 한승헌 인권 변호사가 긴 영면에 들었다. 지난 25일 장례식을 마치고 국립 5·18 제2묘역 민주묘지에 안치됐다. 향년 88세다.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한변호사를 보내는 길은 차분하고 숙연했다. 하관식에서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 숙여 ‘1세대 인권변호사’ 한변호사의 편안한 영면을 기원했다.

    고(故) 한승헌 변호사는 1980년 5월17일 신군부의 예비검속으로 연행·구속돼 고초를 겪어 5·18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당시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1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하다 특별사면됐다. 한 변호사는 법정 안팎의 변호활동 외에 증언자, 기록자로서의 소임을 다함으로써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 그 실천의 일환으로 글을 썼다. ‘정치재판의 현장’이란 책 서문에서 “그동안 나는 심판관석(군법무관 때), 검찰관석을 거쳐 변호인석으로 옮겨 앉았다가 마침내는 피고인석과 방청석까지 두루 거친 다음 1983년 복권돼 다시 변호사의 자리로 돌아왔다. 한번 되기도 어려운 변호사를 두 번이나 되는 행운(?)을 누렸는가 하면 감옥만 해도 서울구치소를 재수까지 마치고 육군교도소를 거쳐 50대 나이에 소년교도소까지 두루 거쳤다. 여자교도소만 못 갔다. 기록이라면 기록일 수 있는 이 모든 곡절을 팔자 탓이라고 돌릴 수도 있겠으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얻은 것도 적지 않다.”고 밝힌다.

    김대중 정부 이후의 ‘과거사’ 재판에서 사법부 스스로가 여러 중요사건들에 대해서 재심 무죄로 결론을 바꿨다. 한국 현대사의 사법부가 올바른 역사와 올바른 사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분이었다. 수시로 감시당하고 고문받고 투옥됐다. 그 과정에서도 억울한 이들과 함께 하며 세상의 분노와 회한을 오히려 삭이자고 했다. 그들의 폭압을 다른 눈으로 보고 뒤집어 생각하며 따뜻하게 감싸안았다. 즉, ‘역설의 미학’을 실천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이 그에게 그러한 힘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장례식엔 유족과 1백여명의 지인이 참석했다. 장례식 내내 그분이 생전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격동의 현대사에서 발자국마다 힘든 여정을 걸었다. 그 과정에서 한치도 광주와 인권을 놓친 적이 없었던 분이었다. 모두들 공감하며 개인적인 사연과 광주와의 연계성을 떠올리며 이제 편안하시라 기원했다. 이상호 화백은 “1987년 시국을 표현한 걸개그림을 그렸다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는데 한 변호사님이 변론을 해주셨다.”고 회고했다. ‘2005년 광주엠네스티운동30년사’를 발간한 위인백이사장은 “한승헌 변호사님은 국제엠네스티 한국위원회 창립이사이자 전무이사로서 ‘기록이 없으면 사실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할 정도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신앙을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하나님은 감사원장을 시켜 밤낮 감사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한변호사는 생활이 각박하고 암담할수록 유머가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다. 한 변호사님은 날카로운 투사이면서 여유로움을 갖춘 신사였고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혁신에 진력했다. 특히 감사원장 재직 때 감사원의 원훈을 ‘바른 감사, 바른 나라’로 정하고 감사 문장 바로쓰기 등 혁신에 앞장섰다. “균형과 품격의 삶 보여준 ‘시대의 스승’”라고 김인회감사위원은 회고한다.

    한 변호사님은 모두 마흔일곱권의 책을 저술했다. 한결같이 시대정신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여유로운 삶의 태도를 담아낸 것들이다. 고단하고 각박했던 삶 속에서도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 그 기록이 당장엔 자신을 똑바로 서게 할 것이고 후일에 사회를 곧추 서게 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쓰고 또 썼던 것이다. 그분을 보내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다. 기록은 우선 내 삶의 균형과 객관적인 안목을, 사회적으로는 우리를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준다. 기록은 객관적으로 보는 힘을 길러준다는 지론을 설파했던 고인에게 ‘이제 편히 쉬세요’를 읊조리며 5·18묘역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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