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여

회원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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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제법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 나는 무등산 토끼등에서 원효사 계곡으로 난 편편한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길가에는 단풍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습니다. 단풍잎은 인간 세계의 빛깔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그 황홀한 빛깔의 잎사귀에 환호할 때 나는 가만히 그 나무들의 근육을 보았습니다. 역도선수 장미란이 140킬로그램의 바벨을 인상으로 들어 올릴 때의 그 단단한 근육과 불거지는 힘줄이었습니다.

    단풍나무가 저 무거운 코발트색 하늘을 바벨처럼 번쩍 들어 올리는 절정의 순간에 잎사귀들이 저렇게 붉어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시집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 푸른사상, 2021)

    [시의 눈]

    드넓은 코발트빛 창공을 들고 있으려면 역사(力士)는 얼마나 붉은 힘줄을 돋워야 할까요. 그는 ‘울긋불긋’이 아닌 ‘울퉁불퉁’한 ‘근육’을 지녔군요. 시는 단풍의 위옹을 붉은 힘줄로 시각화합니다. 하늘을 힘차게 받치는 단풍근육은 산에 있지만, 사람의 산엔 피의 단풍근육이 무너지지 않으려 구차한 살림이나마 떠받치고 있습니다. 인간세상부터 뻘건 가을은 먼저 왔군요. 정치가가 입에 바르기 좋아하는 꿀이라는 ‘국민’은 사실 단풍보다 진한 피땀으로 얼룩져있습니다. 그걸 번쩍 들어 올릴 헤라클레스나 삼손 같은 장사는 없을까요. 소상인들은 붉은 핏대의 ‘단풍근육’으로 하루하루를 버티어 갑니다. 해봐야 알통은 그대로지만, 오늘도 바벨을 듭니다. 울긋불긋, 잎사귀만 단풍든 게 아닌, 울퉁불퉁, 나무전신이 쳐대는 몸부림이 울울긍긍해 가는 가을입니다. ‘나무가을’을 보며, ‘사람가을’로 단풍나무가 되는 시장에 가봅니다. 마지막 문 닫을 ‘떨이떨이’의 조종(弔鐘)소리가 단풍근육을 흔듭니다. 백수인 시인은 전남 장흥에서 나, 조선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거쳐 동 대학교 교수를 지냈습니다. 2003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바람을 전송하다’(2016)가 있고, 저서 ‘소통과 상황의 시학’(2007) 등 많습니다. 그는 역사와 삶을 서사와 서정으로 녹여 합환시키는 포용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시인입니다.<노창수·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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