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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충남 보령 역사문화탐방

이영심

보령은 머드 축제로 유명한 도시일 뿐만 아니라 백제의 문화가 남아있는 도시이며, 석탄의 역사를 알아 볼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단풍잎이 무르익는 가을, 현재와 과거가 함께 숨쉬는 충남 보령에 다녀오기로 했다.

 

십일월의 첫 날,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주관 북구청 후원으로 10기 광주정신계승 시민대학에서 충남 보령을 다녀왔다. 먼저 광주 정신의 미래적 가치를 찾자라는 대 주제로 한 달에 걸쳐 총 4회의 문화 강좌에 참여했다. 대인예술시장 전고필 총감독, 여민동락공동체 강위원 대표, 전 무등일보 김성 편집국장, 미디어아트 이이남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사진으로 참여하여 식견을 넓혀주었다. 모든 강좌가 끝난 후 미래적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과거의 유산을 되짚고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역사 탐방을 가게 되었다.

 

재단의 소개와 간단한 행선지의 안내를 시작으로 버스는 출발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으로 깊어가는 가을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추수가 덜 끝난 논두렁에는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농작물이 자리하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낙네들의 모습 위로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퍼져가는 듯 했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석탄박물관이다. 이곳은 1995518일 국내 최초로 건립된 공립박물관으로 70~ 80년대 주된 연료인 석탄의 역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입구는 마치 실제 동굴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었는데, FRC 재질로 만들어지고 특수 공법을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1층에는 석탄의 종류와 암석에 관한 것이 전시되어 있으며 다양한 표본들과 전시품들이 이를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네 가정을 한 때 따뜻하게 데워주었던 연탄은 도대체 누가 전해준 것일까. 19C 말 일본 큐슈 지방의 모지시에서 사용된 통풍탄또는 연꽃연탄이 그 효시이며, 일제 치하에 일본인이 연탄을 들여왔다고 한다.

2층에는 보령화석 연구가인 김효기 선생의 사진과 함께 평생에 걸쳐 수집한 화석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400m로 내려가는 체험을 해 볼 수가 있다. 희미하게 깜빡이는 불빛과 간간이 들리는 바람 소리에 한 층만 내려온 짧은 순간이었지만 실제로 400m를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둡고 음습한 공간에서 시간마저 느리게 흘러가는 듯 했다. 지상과 완벽하게 격리된 지하세계의 고립감이 공포로 다가왔다. 어려웠던 시절, 목숨을 담보고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애쓴 광부들의 애환이 피부로 느껴졌다. 희미한 불빛에 가족들의 사진을 비추어 보는 그들의 얼굴 위로 검은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울퉁불퉁한 벽 위로 겹쳐졌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모의 갱도가 나오는데, 폐광에서 나오는 찬바람을 이용해 냉풍 터널이 만들어져있다. 컴컴한 갱도 안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의 모습, 터널을 뚫고 있는 모습,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그들의 굽은 등에서 그 시대 아버지들의 짐이 느껴지는 듯하다. 컴컴한 벽면에 적힌 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검은 눈물 - 김남주

 

우리 아빠 굴속에서 나올 때쯤 되면

우리 엄마 앉았다 일어섰다 가만있지를 못한다.

..... (중략).....

날 데리고 우리 엄마 허둥지둥 탄광 쪽으로 가는 길

검은 길 까끄막길을 오릅니다.

..... (중략).....

해 저물어 저만큼 캄캄한 굴속에서

새까만 얼굴의 광부 아저씨들이 나오면

 

탄차에 우뚝 선 우리 아빠 얼굴이 보이고

우리 엄마 나를 꼭 껴안고 길게 한숨을 쉽니다.

......(중략).....

그러면 나는 우리 아빠 가슴에 안겨

탄가루 자욱한 얼굴을 자꾸만 자꾸만 문지르고

이윽고 검은 눈물이 아빠의 뺨을 타고 방울져 내립니다.






아버지의 볼을 타고 흐르던 검은 눈물은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는 안도와 가족에 대한 사랑, 아버지로서의 책임이 모두 응어리져 흘러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엘리베이터는 다시 외부 전시공간으로 이어져있었다. 어둠을 거슬러 올라와 다시 보는 세상은 더욱 밝게 보였다.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백제 시대 법왕 때 창건된 성주사지. 이곳은 전사한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호국 사찰이며 한 때는 2000여명의 승려가 수도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한다. 지금은 절터만 남아 황량하였지만 주춧돌의 규모만으로도 당시의 위용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오른쪽에는 보물 19호인 성주사지오층석탑이 보이고 그 뒤로는 금당터와 세 개의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계단을 지키는 사자의 모습에 위엄이 넘친다. 왼쪽으로는 누각이 보이는데 그 안에 국보 8호인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가 있다. 최치원이 글을 짓고 사촌인 최인곤이 글씨를 써서 통일 신라 대의 승려인 낭혜화상의 선()을 알려 번성케 했다고 한다.

세 번째로 도착한 곳은 2013년 개관한 보령박물관이다. 갯벌 생태 과학관과 보령문화관이 함께 있는 복합 문화시설이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아우르는 고분, 도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네 번째로 향한 곳은 고려 말~ 조선 전기에 왜구의 출몰이 잦자 돌을 높이 쌓아 서해안 총사령부 역할을 했던 충청수영성이다. 입구에 잎을 드리운 나무들을 지나 확 트인 해안가의 아름다운 경관이 우리를 반긴다. 머드축제로 잘 알려진 대천해수욕장을 끝으로 일정은 막을 내렸다.

박물관의 유물을 통해 지혜를 배우고, 유적에서 조상들의 발자취를 되짚으며, 석탄이라는 익숙한 것에 얽힌 광부들의 애환과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과거를 읽어내는 힘이 곧 미래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에 지나간 것을 잊지 말고 새로이 해석해나가는 태도가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과거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바탕으로 새 힘을 얻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광주 시민에게 필요한 태도가 아닐지. 더욱 무르익어가는 가을, 쌀쌀한 날씨에 역사문화탐방에 참여한 모든 분들과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해주신 재단과 구청 관계자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주소:(우) 61475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96번길 3 (금남로3가) 삼호별관 2층
전화:062)234-2727 팩스:062)234-2728 이메일:r-cultur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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