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여

문화칼럼


    남도일보 바로가기 http://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4803



    눈부신 모서리, 도심 속 고택


     

    김 정 희 / 시인,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운영위원장

     

      

       필자는 지난 주 KBC 광주방송 남도보감 촬영팀과 아름다운 골목길에 고즈넉히 자리한 양림동의 고택 최승효 가옥을 둘러보았다. 누군가 양림동을 표지판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아 여행자에겐 불친절한 동네라고 썼던 걸 기억한다. 실제로 이곳은 빌딩가인 충장로 도심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들어설 수 있는 동네인데도 광주의 속살처럼 만지기가 어려운 곳이다. 확 끌어당기는 자력(磁力)은 약하지만 읽을수록 맛이 나는 곳.

     

      20세기 초엽 양림동은 이웃한 사동과 함께 이 지역의 부호들이 선망하던 동네로 몇몇 손꼽히는 부자들은 양림산 기슭에 집터를 잡았다. 풍수지리상 사람이 살기 좋은 집(양택 명당)은 주변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항상 좋은 기()가 감도는 집이라고 한다. ()향 터에 자리해 아침부터 햇볕이 들어와 온종일 실내 기운이 밝고 맑은 공기가 잘 소통되는 곳으로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며 전망 또한 좋은 곳이 양택이다.

     

      일상적인 것들의 복잡함을 뒤로하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양림동 골목길의 고택을 돌아본다. 양림동은 약 100년 전부터 광주 최초로 서양 근대 문물을 받아들인 통로이기도 하다. 이렇게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전쟁과 근대화의 개발 와중에도 도심에서 전통 한옥이 옛 모습을 보전하고 있다는 것은 신기할 정도다. 이제 겨우 100년 남짓한 한옥이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개발의 이름으로 문화유산을 심하게 훼손한 우리의 실정을 감안하면 이곳은 귀한 문화유산적 가치를 갖는다.

     

      광주 MBC의 사장을 지낸 최승효 가옥은 사동 최부자로 널리 알려진 최명구의 장남인 최상현이 살았던 곳이다. 800여 평의 부지에 동향으로 지어졌으며 정면 8, 측면 4칸의 매우 규모가 큰 집이다. 마당에는 작은 언덕과 암벽에서 흘러내리는 석간수를 끌어다 지당(池塘)을 만들어 건물의 운치를 살린 풍경은 주변의 소나무 숲과도 제대로 조화를 이룬다. 버터 빛깔의 노란 햇빛이 드는 마루에서 혈소판처럼 고운 흙먼지에 반사되는 물과 나무의 풍경은 한 폭의 정물화 같았다. 인근 주민들이 최부자집으로 알고 있는 이 건물은 부속건물 격인 문간채도 11칸을 자랑하는 큰 가옥이다.

    구 한말에 광주의 부자(만석군) 최명구 선생이 1914년 회갑을 맞아 청년들의 수양을 위해 흥학관 건립했으나, 지금은 없어지고 최상현 선생의 큰아들 최성국을 위해서 사동에 지은 집이 현재의 건물이다. 일제 때 최상현은 이 가옥의 다락에 독립운동가들을 피신시켰다고 한다. 현재 최승효 가옥을 지키며 보수 관리를 맡고 있는 삼남 최 인준 화가의 설명을 들었다. 아시아 문화전당이 아무리 크고 웅장하게 지어진다해도 광주를 찾는 외국인들이나 관광객들에게 심리적인 성소로 광주를 기억하게 할 장소는 지역의 정체성을 간직한 이런 고택의 풍경이 아닐지 되묻는다.

     

      알랭드 보통도 헹복의 건축에서 아름다운 건축물은 단순히 미학적으로 좋다는 뜻 이상이며 그 건축물의 지붕, 문손잡이, 창틀, 계단, 가구를 통해 장려하고자 하는 특정한 생활방식의 매력을 내포한다고 썼다. 아름답다는 느낌은 좋은 생활이라는 우리의 관념이 물질적으로 표현되었을 때에야 얻어지는 것이라고. 최승효 가옥을 둘러보며 이 고택이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지 멈추어 서서 생각해본다.

     

      최인준 화백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에게 사사하면서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 아트를 공부한 설치미술가다. 1995년 제1회 광주 비엔날레 작품 전시를 위해 백남준 선생과 함께 광주에 돌아온 그는 잊혀져가는 이 고택을 손수 보수하고 지키면서 이곳의 자연 환경과 나무들에서 재료를 구하고 영감을 얻은 설치 미술작품으로 오는 9월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광주를 알릴 수 있는 특별한 공연과 인문학 콘서트 등 이 고택을 최고의 휴양공간은 물론 치유의 공간으로도 개방할 계획이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의 공과를 다시 돌아보아야 할 시점에서 그의 계획은 의미가 깊다.

     

      고택 돌아보기는 옛 건축양식을 통해 선조들의 생활의 지혜와 우리의 전통 문화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명상적인 태도로 사물을 바라보려는 노력은 이 물질만능의 시간 앞에서 또 다른 행복의 증거를 보여 준다.




    주소:(우) 61475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96번길 3 (금남로3가) 삼호별관 2층
    전화:062)234-2727 팩스:062)234-2728 이메일:r-cultural@hanmail.net
    주소:(우) 61475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96번길 3 (금남로3가) 삼호별관 2층 전화:062)234-2727 팩스:062)234-2728 이메일:r-cultural@hanmail.ne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