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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포촘킨 파사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입력시간 : 2016. 12.07. 00:00



    박선정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포촘킨 파사드'라는 단어가 있다. 낙후된 도시를 풍요롭게 보이기 위해 급조해서 설치한 위장막을 뜻한다. 이 단어의 탄생 배경에는 어처구니없는 기만과 속임수가 깔려있다.

     

    18세기 중엽 러시아의 절대군주 예카테리나 대제 때 일이다. 대제가 크림반도를 시찰하겠다고 하자, 거친 마을 풍경에 신경이 쓰인 총독 그레고리 포촘킨은 잘 정돈된 시가지 풍경을 그린 대형 가리개를 강변에 줄지어 세운다. 그리고 주민들을 그 앞에 정렬시켜 대제가 배를 타고 지나갈 때 환호하게 해서 대제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한다. 포촘킨 총독의 이름과 건물의 정면을 뜻하는 '파사드'가 합쳐진 '포촘킨 파사드' 탄생 내력이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포촘킨 파사드'의 경험을 숱하게 가지고 있다. 70년대에 외국 정상이 방문할 때쯤, 서울의 가로변은 느닷없는 그림과 구호를 칠한 새 가리개와 현수막으로 뒤덮였던 풍경을 기억할 것이다. 또한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발표된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취도 없이 사라진 것도 '포촘킨 파사드'의 그림자들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한국 사회 곳곳에 드리워진 거대한 위장막 '포촘킨 파사드'를 걷어내고 있는 중이다. 권력상층부의 추악한 속살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충격과 분노로 몸서리친다. 그러면서 오늘의 절망을 껴안고 이 기회에 한국 사회가 품격 있게 바로 서길 희망한다. 우리는 촛불집회마저 거대한 축제로 승화시켜 세계를 놀라게 한 국민이 아닌가.

     

    국가권력을 민간인에게 넘겨준 박근혜 게이트의 와중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의 초라한 모습을 발견한다.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의 최측근 차은택이 문화판에 개입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부터다. 박근혜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홍보된 문화융성사업이 차은택의 사냥터였으며 그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사업'에 예산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문화전당은 희생양으로 존재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현 정부의 문화전당에 대한 홀대는 개관 전부터 현실화되었던 터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조직을 축소하고 문화전당 운영인력을 대폭 줄이더니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까지 거론되면서 마침내 최순실, 차은택의 사익 추구를 위한 희생양으로 추락한 것이다. 그러니 전당장이 1년 넘도록 공석인 것은 이들의 검은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으로 생각될 정도다.

     

    박근혜 정부가 왜 전당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방치했는가하는 의문의 실마리가 풀린 지금, 이제는 문화전당을 정상화시킬 해법에 지역사회의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다.

     

    얼마 전에 전당개관 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반응은 싸늘했다. 전당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 기인한 탓이 크지만 전당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전당은 광주시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지역과 소통하려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대신에 보여주기 식의 화려한 프로그램 짜기에 급급했다. 마치 전당의 모습에서 '포촘킨 파사드'의 풍경을 보는 듯 했다. 아시아 국가 간 문화교류와 협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다채로운 창제작 콘텐츠를 선보인 결과 무려 275만 명이나 다녀갔다는 자화자찬의 깃발만 초겨울의 바람을 타고 펄럭였다.

     

    원점에서 재출발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초심으로 돌아가 전당의 비전과 목표, 운영방안 등을 재점검하자는 말이다. 현재 전당의 작동방식 때문에 비롯된 침묵의 문화를 깨고 지역과 교류하고 상생할 토론의 문화부터 시작해보자. 표류하고 있는 민주평화교류원 개관 문제를 푸는 것이 그 단초가 될 수 있다. 답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 종합계획의 전당 기본방향 첫머리에 적시되어 있다.

     

    "전당은 민주인권평화 정신의 산실이다."

     

    문화전당에서 '포촘킨 파사드'가 아닌 본질을 보고 싶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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