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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디자인비엔날레가 던져 준 의미

     

    김하림 조선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2015년 디자인비엔날레’가 막을 내렸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주제나 구성·운영·향후 미치는 영향 등에서 성과가 매우 컸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었다. 지역 언론이나 문화예술계·산업계 모두 한 목소리였다. 10월 15일에 개막해서 11월 13일까지 한 달간 개최된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여러 면에서 지역은 물론 우리나라의 문화계·산업계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이번 비엔날레는 예산도 이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고, 개최하는 주체도 바뀌어서 사실 시간과 예산이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런 객관적 조건의 불리를 주관적 열정과 의지 및 지혜로 극복한 점은 지역의 메가 이벤트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의미를 던져 준다.

    ‘디자인과 더불어 신명’이라는 이번 디자인비엔날레 주제는 결국 인간과 디자인이라는 핵심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네 개의 테마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드러난다. 첫 번째 주제는 동서 가치융합의 신명을 키워드로 하는 ‘광주 지역 브랜드 업그레이드’(Gwang Ju Branding)였다. 두 번째는 ‘유쾌한 디자인 나눔’을 키워드로 세미나·담론·발표·파티가 함께 하는, 전문가만이 아닌 대중들의 디자인에 대한 인사와 이해의 대전환을 꾀하는 ‘디자인콘서트’와 ‘광주문화디자인샵’. 세 번째는 지속불가능의 시대에서 지속가능한 시대로의 전환을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국내외 대학과 기업의 협업을 통한 디자인을 소개하고 창의 혁신 디자인 사례가 함께 구성되는 ‘디자인 R&D’였다. 네 번째는 ‘한중일 문화 가치’를 키워드로 동아시아의 디자인 그루가 큐레이터로 참여하는 ‘아시아 디자인 허브’(Asia Design Hub).

    여기에서 우리는 ‘광주-아시아-세계’를 잇는 하나의 고리를 추출하고자 노력했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 가를 파악할 수 있다. 지역의 고민과 문제를 담은 문화예술의 발신이 아시아와 세계에서 소통되며 수신되는 사례를 창조했기 때문이다. 흔히 사용하는 글로컬(세방화)의 하나의 전범을 창안하고자 시도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광주에 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광주의 고민·문제·지향성을 함께 해결하고자 시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시도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이다. 이러한 사고와 행위, 즉 ‘세계적으로 고민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는’(Think Globally, Act Locally) 것이 광주가 앞으로 견지해야 할 방향이라고 여겨진다.

    특히 지역의 산업체와의 연결고리를 마련하고, 지역의 대중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는 높이 평가된다. 문화예술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정신적, 물질적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가를 흥미롭게 제기한 점도 의미가 크다. 전시에서 보여 준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인 중 하나인 ‘슬리퍼’는 사실 가정에서, 심지어 요새는 길거리에서도 흔하게 ‘끌고’ 다니는 하찮은 신발이지만, 그것이 우리들에게 가져다 준 편의성은 묻혀 왔던 것이다. 우리의 구체적 일상에 디자인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고 기여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 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의 경험과 시도를 내년의 비엔날레나 며칠 전 개관한 ‘아시아문화전당’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산 타령, 인력 타령은 그동안 많이 들어왔다. 지역의 현실을 감안할 때 무리한 면도 적지 않다. 그저 그러한 기획, 유명 인사들의 ‘먹튀’에 그치고 마는 전시에 대해서는 이제 식상해 있다.

    밀라노를 세계적 도시로 키운 열정·의지·지혜가 광주에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 어떻게 끌어내고 결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는 관행적이고 구태의연한 리더십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변화와 도약이 우리 지역에 주어진 명제라면, 이제 ‘세계적 고민과 지역적 실천’이라는 사고와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광주일보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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