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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광주를 조롱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배재고 사태가 던진 경고-

     

    노성태(남도역사연구원장)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역사를 가볍게 소비하거나 민주주의의 가치를 희화화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배재고 학생들의 역사 왜곡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이는 역사 인식의 부재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무감각이 빚어낸 결과이며, 우리 사회가 역사교육을 어떻게 해왔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지다.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은 국가의 엄청난 폭력 앞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고, 그들의 피와 눈물은 오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우리가 자유롭게 말하고, 투표하고, 비판할 수 있는 권리는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젊은 층에서는 탱크를 소재로 한 이벤트를 즐기거나, 광주를 조롱하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중요한 가치이지만, 타인의 아픔과 역사적 비극을 희화화하는 것은 결코 자유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이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이들과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이며,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배재고 논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민주화운동을 비하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행위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무지와 왜곡된 정보가 결합하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극적인 허위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현실에서는 청소년들의 올바른 역사 인식이 더욱 중요하다.

     

    물론 청소년 개인만을 탓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갖게 된 데에는 사회와 교육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학교에서 역사는 시험 과목으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삶 속에서 체험하는 교육은 충분하지 못했다. 암기 위주의 수업만으로는 역사의 의미를 가슴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광주학생독립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1929년 학생들은 일제 식민 통치에 맞서 민족의 자존을 외쳤고, 그 정신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리고 반세기 뒤 광주에서는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다시 일어섰다.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은 시대는 다르지만 불의에 맞서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하나의 역사적 흐름이다. 이러한 역사적 연속성을 제대로 가르칠 때 청소년들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역사를 왜곡하거나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와 역사 왜곡은 구별되어야 하며,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법과 제도에 따라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학교도, 사회도 역사 왜곡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행동에는 분명한 교육적 조치와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처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역사교육의 확대와 내실화다. 교실 밖 역사 현장 체험을 늘리고, 학생들이 국립5·18민주묘지와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등 역사 현장을 직접 찾도록 해야 한다. 생존자와 유가족의 증언을 듣고, 기록물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은 어떤 교과서보다 큰 울림을 준다.

     

    민주주의는 기억 위에 세워진다. 역사를 잊은 사회는 같은 비극을 반복한다는 말은 결코 진부한 경구(警句)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를 정치적으로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역사적 진실을 바르게 배우고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는 일이다.

     

    광주의 정신은 특정 지역만의 자산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소중한 유산이다. 이를 비하하거나 왜곡하는 행위는 결국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배재고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 준 경고장이다. 이제는 일회성 논란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광주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며, 미래 세대에게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물려주는 길이다.

     

    광주를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붙드는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광주를 조롱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지만, 광주 정신을 배우고 기억하는 사회에는 희망이 있다. 역사교육의 확대는 그래서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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