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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행정통합, 좋아 그런데 될까?
노경수(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
광주와 전남은 1986년 광주직할시 승격으로 행정적으로 분리된 이후, 광주는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으로, 전남은 산업과 농어업의 기반으로 각기 역할을 달리해 왔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양 지역은 공통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구 감소, 산업 침체, 수도권 집중, 그리고 지역소멸의 위기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지역 생존 전략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광주의 첨단산업 인프라와 전남의 풍부한 산업·자원·부지·에너지 기반이 결합될 때, 두 지역은 대한민국 남부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거듭날 수 있다.
또한 통합은 중앙정부 중심의 국가 운영 구조 속에서 정책 집행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인구와 재정 규모가 작은 광주, 그리고 농어촌 중심의 전남이 단독으로는 수도권과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은 ‘작은 지방’이 아닌 ‘하나의 광역권’으로서의 규모의 경제와 공동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남의 완전한 행정통합에 대해 ‘매우 긍정’ 22.4%, ‘긍정’ 49.3% 등 71.7%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조사기관인 한국정책연구원은 “행정통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일정 수준 형성되어 실질적 추진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행정통합을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세력은 광범위하며,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다.
먼저 광역시 내부의 반대 세력이 있다. 시청과 시의회, 공무원 조직은 통합 시 행정권이 도청 체계에 흡수되어 권한이 축소될 것을 우려한다. 시정 독립성 약화와 인사 불이익 가능성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도 “도시가 농촌을 부양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통합 실익에 회의적이다. “광주의 재정이 전남으로 빠져나간다”는 정서 또한 깊게 자리한다.
전남 지역 내부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도청 소재지인 무안 등은 도청이 광주로 이전될 경우 행정 중심 기능과 지역경제가 약화된다고 주장한다. 농어촌 지역 주민들은 도시 중심 행정으로 복지나 교육 예산이 편중될 것을 걱정한다. 실제로 경북 안동은 대구‧경북 통합 논의 당시 “도청 재이전 불가”를 외치며 강력 반대했다.
정치권과 지방의회 역시 반대의 핵심축이다. 통합 후 의석이 줄고 지역대표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원과 국회의원 모두 기존 정치 기반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다. 여기에 공공기관과 공무원 노조는 통폐합과 인력 감축 가능성 때문에 조직적 반발이 예상된다. 세종시 출범 당시 중앙부처 이관 과정에서 노조가 강력 반대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산업계와 상공인 일부도 불안하다. 광주는 AI·미래차 중심, 전남은 에너지·농생명 산업이 주축이다. 통합 시 산업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거나 한쪽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밖에도 시민단체와 지역언론은 충분한 공론화 없이 추진될 경우 “졸속 행정”, “지방분권의 역행”이라며 비판 여론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정체성 문제다. 40년 가까이 독립된 생활권과 문화권을 형성한 광주와 전남이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광주 중심의 흡수통합”이라는 감정적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행정통합에 대한 반대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권한‧이익‧정체성의 재조정 문제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반대 여론을 단순히 설득하려 하기보다, 집단별 불안 요인을 해소하는 구체적 상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공무원에게는 인사 안정성을, 도청소재지에는 복수행정도시 제도를, 산업계에는 공동산단과 세제 혜택을 제시해야 한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단순히 행정조직을 합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40년의 분리와 경쟁을 넘어, 두 지역이 하나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통합의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불신과 기득권이다. 정치적 이해와 행정적 유불리를 넘어, “함께 살아남는 길”이라는 대의로 접근해야 한다.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진정한 통합은 제도보다 신뢰와 상생의 합의 위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