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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렬의 비상계엄, 마지막 ‘계엄’이길 바란다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 윤석열은 대통령의 권한을 빙자하여 요건에도 맞지 않는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은 계엄군과 맞서 국회를 지켜냈고, 국회는 ‘계엄해제’ 가결을 통해 계엄을 무력화시켰지만, 아직도 후폭풍은 지속되고 있다.
계엄령이란 전시, 사변 등 국가에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판단 될 경우 대통령과 같은 국가 원수 또는 행정부 수반이 군대를 민간 및 사법에 투입하는 조치를 말한다. 계엄을 선포하는 행정명령을 계엄령(戒嚴令, declaration of martial law)이라고 하고, 계엄을 해제하는 것을 해엄(解嚴)이라 한다. 대한민국 계엄의 법령은 처음 1949년 11월 24일 제정되지만, 비상계엄은 법령이 제정되기 이전 ‘대통령령’에 의해 두 번 선포되었고, 이번 윤석렬이 선포한 계엄은 13번째였다.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상황은 헌법 제77조로 규정되어 있다. 제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이고, 제4항은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이며, 제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이다.
그런데 윤석열의 계엄은 전시·사변 혹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 상황도 아니었고, 계엄령 선포 즉시 국회에 통보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국회가 계엄 해제를 통과시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계엄군을 국회에 보내 본 회의장 장악을 시도했고, 국회의원 체포를 획책하기까지 했다. 그가 국회에서 탄핵당하고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된 이유다.
이번 윤석열의 경우에서 보듯, 계엄은 국가원수에 의한 적극적인 물리력 동원이므로, 군사정권 시대의 대한민국이 그러했듯 권력자의 뜻에 의해 남용 될 가능성이 높다. 남용된 계엄은 독재와 민주주의 질서 훼손, 이에 따른 시민의 저항권 행사로 이어지면서 사회 혼란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대통령이 남용할 수 없도록 제어장치로 국회의원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이상이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면, 즉시 대통령은 계엄령을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계엄령 발동 요건을 더 엄격화하여 계엄의 남용을 사전에 최소화하고, 국가 폭력에 대한 포괄적 처벌 입법을 통해, 남용된 계엄에 대한 사후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나라에서 계엄령은, 1949년 11월 24일 계엄법이 처음 제정된다. 계엄법이 제정되기 전인, 1948년 10월 25일 ‘대통령령’에 의해 계엄이 최초로 선포되는데, 선포 이유는 10월 19일 여수 순천에서 발발한 여수 순천 10·19 사건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제주 4·3사건과 관련해서 1948년 11월 17일 선포된다.
1949년 11월에 계엄법이 제정된 후에는 1950년 한국전쟁, 1952년 대통령 선출 방식을 바꾸기 위한 부산정치파동, 1960년 4·19 혁명, 1961년 5·16군사정변, 그리고 1964년 한·일 협정 반대를 위한 6·3항쟁, 1972년 10월 유신, 1979년 부마 민주항쟁과 10·26사태, 1980년 5·17 내란 등의 상태에서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 13번째 계엄령이 선포되었는데, 45년 만의 계엄령이었다.
계엄이 권력 찬탈이나 권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남용되면, 계엄은 또 다른 이름인 반란 혹은 쿠데타가 된다. 한국 현대사에서 쿠데타는 군사력을 갖춘 상대방을 무력으로 제압한 5·16과 12·12 군사쿠데타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친위쿠데타도 있었다. 이미 언급한 1952년 부산 정치 파동, 1972년 10월 유신,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 등과 관련해서 내려진 계엄령은 다 친위쿠데타였다.
원래 친위쿠데타는 권력을 손에 쥔 측이 일으켜 자신들의 권력을 더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번 윤석렬의 계엄도 ‘부정선거’와 ‘민주당의 의회 독주’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었지만,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친위쿠데타였다. 국민이 분노하고 허탈해 한 이유이고, 엄동설한에 담요를 뒤집어쓴 채 광장에 모여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다.
계엄령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에만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권력자들의 권력 유지 및 강화나, 시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악용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악용되는 순간, 이번 계엄에서 보듯 일반 시민들은 엄청난 고통에 빠지게 되고, 국가 에너지가 낭비될 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국가의 품격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헌정을 파괴한 계엄이라는 폭탄은 대통령이 터뜨리고, 뒷수습은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 되었다. 이게 화가 난다.
이번 계엄령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마지막 계엄령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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