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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대한민국 건국은 언제인가?

    노성태(남도역사연구원장)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되는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인품이나 능력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과 자긍심의 밑바탕이 되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삐딱하기 그지없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일제하 우리나라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망언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 당시 체결된 조약 자체가 유효하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해 동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뉴라이트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독립유공자 후손단체인 광복회는 최근 뉴라이트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을 다음처럼 제시하였다.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나 단체,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을 일본이라고 강변하는 자나 단체,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사를 폄훼하고 ‘임의 단체’로 깎아내리는 자나 단체, 식민사관이나 식민지근대화론을 은연중 주장하는 자나 단체, 일제강점기 곡물 수탈을 ‘수출’이라고 미화하는 자, 위안부나 징용을 ‘자발적이었다’고 강변하는 자나 단체,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할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 등이다. 즉, 뉴라이트란 해방 후 이승만 정부부터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일제강점기 일본의 국권 침탈은 불법·무효이다”라는 입장을 뒤엎어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식민 지배 합법화‘를 꾀하는 일련의 지식인이나 단체를 말한다.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핵심 내용 중 하나가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불거진 것이 건국절 논쟁이다.

    건국절 논쟁을 이해하려면 대한민국이 언제 건국되었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뉴라이트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1919년 4월11일 임시정부 수립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로 보고 있고,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본다. 이게 정설이고, 이 사실은 초·중등학교 교과서에도 분명하게 서술되어 있다.
     

    건국절 논란은 지난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권 때부터 불거진다.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이 집권한 2008년을 1948년부터 계산, ‘건국 60주년’이라 하여 기념식을 대대적으로 하겠다고 발표한다. 이에 보수 우익 진영의 일부 학자들은 8월 15일을 아예 독립운동을 기리는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기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호응, 정갑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자는 내용의 ‘국경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까지 제출한다.

    같은 해 12월 한나라당 소속의 황유여 의원은 ‘건국 유공자 예우에 관한 개정안’도 발의한다. 이 법률안은 “1945년 8월 15일부터 1948년 8월 14일까지 신탁통치를 반대하였거나 자유민주 국가인 대한민국을 건국하기 위하여 활동한 건국 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적당한 서훈과 응분의 예우를 하자”라는 법안이었다.
     

    국경일에 관한 정갑윤의 법률개정안은 광복회를 비롯한 다수 국민의 질타를 받고 철회하였고, ‘건국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은 “반탁 또는 건국 활동의 성격은 무엇이며, 이들이 대한민국 건국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이들을 ‘건국유공자’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는 국회 전문위원들의 검토 의견에 따라 자동 폐기된다.

    두 법률안은 이미 앞에서 잠깐 언급하였지만,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 3·1운동 이후 상하이에 건국되었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두 법률안은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수립이 독립운동가의 독립운동의 결과물이기보다는 1945년 8월 15일 이후의 반탁운동을 주도했던 우익 인사들의 건국 활동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 주었는데, 그 지점이 두 법률안이 노린 노림수였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도 2015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 68년’이라고 언급하여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 원년으로 보았고, 이후 한국사 교과서에 이를 담아내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만들려고 했지만,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았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출판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이 1919년 건국되었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먼저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즉 오늘 대한민국은 기미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이다. 제헌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 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되어 있다. 아예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립되었음을 못 박고 있다.

    오늘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했음은 정부 수립 직후 발행된 관보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발행한 1948년 9월 1일자 관보 제1호에는 ‘대한민국 30년 9월 1일 수요일’로 발행일자가 인쇄되어 있다. 1948년을 대한민국 1년이 아닌 30년이라고 쓴 것은, 1948년 정부 수립 당시도 대한민국의 건국연대를 1919년으로 보고 있음의 증거다.
     

    8월 15일은 광복을 기려야 하는 날인지, 뉴라이트가 주장하듯 대한민국 건국을 기려야 하는 날로 삼을 것인지는 권력을 쥔 몇 사람이 해결할 문제도 아니고, 또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다. 이는 역사학자들이 토론과 논쟁을 거쳐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다수 학자와 다수 국민이 동의하는 정설을 역사로 수용하면 된다.

    역사의 평가는 그 시대가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제헌헌법이나 현행헌법에서 보듯 오늘 우리들이 함께 공유하는 역사는, 정설은 대한민국 건국이 1948년이 아닌 1919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초·중등 역사 교과서에도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건국이나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수립일로 기술되어 있다. 교과서 서술에 해결 방안,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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