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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9월호]
     

    벽화 좀 그만 그립시다

     

     

     

    김옥렬_광주전남 민언련 대표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은 담장벽화 하나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담장에 그림 하나 잘 그려서 ‘대박’을 친 곳이랄까? 물론 그 마을이 오직 벽화 때문에 유명해진 것은 아니다. 통영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통영이 가진 문화적 잠재력이 더해져 나타난 자연스러운 시너지 효과라고 본다. 거기에 지역 사람들의 이해와 창의적인 노력까지 합쳐졌으니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벽화 한 번 그려놓고 모른 체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처음 그림을 그린 이후 매 2년마다 공모전을 통해 그림을 새로 그리고 있다니 그 부분도 신선하다. 무엇보다 넉넉하게 받아준 주민들의 마음도 한 몫 했을 것이고. 달동네 동피랑 마을에서 좁은 골목길 담장마다 형형색색의 미술작품을 구경하다 만나는 강구항의 아름다운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고 그래서 사람들은 통영을 찾는다.

     

    전국적으로 동피랑 따라하기 열풍이 불었다. 아니 지금도 진행형이다. 부산의 감천마을이 그렇고 전주 한옥마을 옆 벽화마을이 그렇고 팔도강산이 온통 벽화그리기에 빠졌다. 전국 지자체마다 아마 벽화마을이 없는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도시와 시골, 심지어 섬에도 벽화마을은 널리고 넘쳐난다. 소위 마을재생, 마을 살리기, 도시디자인 개선, 공공디자인 사업 등등의 이름을 들이대며 골목마다 그림 좀 그린다 하는 이들이 몰려들어 그림을 그려 넣었다. 일부는 자원봉사도 있었지만 대체로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 부었음은 안 봐도 뻔하고……

     

    골목벽화의 원조급에 해당하는 곳은 사실 광주다. 광주의 동쪽 관문인 각화저수지 아래 동네인 문화동 주민들은 2002년부터 마을 담장에 시와 그림을 그려 넣는 시화마을 프로젝트를 기획해 실행에 옮겼다. 그 일대 마을이 낙후하고 2순환도로가 나면서 교각 아래가 폐허처럼 남아있어 이를 개선해보고자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이런 사업이 시작되었단다. 동피랑이 2008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상당히 빠른 셈. 처음엔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마을 가꾸기 사업의 하나로 여기저기서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통영에서 대박이 나고, 감천마을에 벽화 좀 그려 넣으니 관광객들이 몰렸고 입소문타고 이런 바람은 거의 태풍급으로 변했다.

     

    문제는 여기서 좀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 20여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벽화열풍이 식지 않는다는 점이다. 광주만 놓고 보자. 지금도 지자체에서는 마을가꾸기나 도시재생 등의 명목으로 오래된 골목길에 그림그리기를 무슨 엄청난 프로젝트로 알고 추진한다. 심한 말로 요즘 광주는 온 동네를 밀어버리고 새 아파트 짓는 공사판이거나 작은 동네 골목길에 벽화그리기 외엔 다른 도시재생 사업이 없는 듯하다.

     

    최근 사진을 찍기 위해 남구 한 마을을 찾았는데 좁은 골목 구석구석까지 형형색색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수십억 원의 정부 예산으로 길 넓히고 벽화 그리고, 지자체는 새 관광명소가 떴다고 홍보했지만, 그곳을 찾는 외지인들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주민들조차 혀를 차는 정도. 재개발을 앞둔 서구의 한 오래된 마을 골목길에도 오래전에 그린 벽화가 변색되고 칠이 벗겨지고 있었다. 이곳 또한 그 벽화로 마을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없다. 좀 유명하다는 양림동에도 벽화는 여전하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오늘도 어딘가에선 벽화가 계속 그려지고 있다.

     

    이 정도면 상상력의 빈곤이요, 천박함이다. 생활시설이 낡고 주거여건이 불편해 사람들이 떠나는 마을들을 살리는 방법이 경우 벽화그리기 뿐일까? 다른 어느 도시에서 성공했다면 우리도 무조건 따라 그리면 된다고 보고 있을까? 그런 벽화들과 골목길들은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상상력이 없어도 너무 없음이요, 자기 고장의 문화가 무엇이고 어떤 장점을 살려야하는 지 하나도 모르는 문화적 천박함이다. 예산은 정해져 있고, 돈은 써버려야 하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베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동피랑은 그 나름의 여러 요소들이 겹쳐 성공한 게다. 문화도시 운운할 것이 아니라, 돈 안준다고 징징 울어만 댈 것이 아니라, 광주다운, 그리고 작은 마을의 특성을 살린 재치 있고 개성 있는 아이디어를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골목마다 벽화 그린다고 문화도시가 되는 건 아니잖은가? 벽화는 죄가 없지만 벽화그리기는 그만 좀 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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