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여
초고층아파트와 도시경관
노경수(광주대학교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초고층 아파트가 도시 곳곳에 들어서면서 광주의 하늘은 점점 좁아지고 무등산이 가려지고 있다. ‘2022 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광주에서 아파트가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1.3%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세종시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다른 특광역시의 경우 대전 75.2%, 대구 75.1%, 울산 73.9%, 부산 68.7%, 인천 66.0%, 서울 59.5%다. 왜 광주의 아파트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을까?
지난 1990년대 이후 광주 외곽인 첨단, 풍암, 상무, 수완, 효천 등에 공동주택 택지를 대거 공급해 고층아파트 개발을 이끌었다. 그 결과 도심 공동화와 구도심 쇠락으로 노인층만 남은 도심을 살리자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다. 2010년 무렵부터 광주시는 신시가지 개발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심활성화 정책으로 대전환하였다. 대규모 택지개발은 효천지구가 마지막이었으며 그 이후 소규모 사업을 제외하고 신규사업지구는 지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핵가족화,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가구수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신규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아파트 공급은 주로 일반주거지역에서 1종을 2, 3종으로 상향해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토지마저 아파트로 다 채워지자 이제 상업지역과 재개발사업구역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여기에는 주택 분양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분양가 상승이라는 호재가 떠받치고 있었다. 상업지역이나 재개발구역은 토지가격이 외곽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높은 분양가격과 많은 건축면적(높은 용적률)을 지어야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상업지역의 비싼 땅에 주상복합형 초고층 아파트를 분양해도 높은 분양가로 인해 사업타당성이 보장된 것이다. 거기에는 상업시설 10% 이상(현행 도시계획조례 규정은 15% 이상이다) 건축해야 하는 의무조항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오피스텔 용도로 피해 갈 수 있었다. 처음 상무지구 광명메이루즈의 주상복합개발을 시작으로, 그 이후 각화동, 금남로, 유동, 백운동, 각화동 등 주상복합형 초고층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시민들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순식간에 들어 서버렸다. 또한 계림동, 북동, 누문동으로 이어지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높은 분양가라는 호재를 맞아 초고층 건축계획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도시 외곽에서 신규 택지개발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적정규모의 주택이 공급되었더라면 구도심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추진이 가능했을까? 신규 택지개발사업의 중단이 최선의 주택정책이었을까?
지가가 높은 토지에 건축물이 짓게 되면 건물 높이도 덩달아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등산 조망이나 도시경관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립대 정석교수는 이러한 문제적 경관을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는 ‘위압경관’으로 해당 건물의 규모나 형태가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튀는 경우를 말한다. 둘째는 ‘차폐경관’으로 건물이 너무 크거나 폭이 넓어서 주변과 부조화를 이룰 뿐만 아니라 주변 조망을 가리는 경우다. 셋째는 ‘잠식경관’으로 구릉지나 언덕에 큰 덩치의 건물이 들어서 자연 지형을 훼손하고 녹지를 잠식하는 경우다. 넷째는 ’획일경관‘으로 비슷한 형태나 규모의 건물이 대규모로 집적해 있을 때 단조롭고 개성 없는 경관을 연출하는 경우다. 네 가지 문제적 경관 가운데 심각한 것은 차폐경관, 잠식경관, 위압경관이며, 반면 획일경관은 비슷비슷하게 생긴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수는 있어도 주변이나 도시경관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후순위라는 것이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도심활성화 중심의 도시정책을 펼친 지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시가지 곳곳에 있던 나대지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재개발사업의 추진으로 동구의 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그 반면, 초고층 주상복합형 아파트가 위압적인 장벽처럼 솟아 매력적이지 않은 광주의 도시경관을 형성하고 말았다. 이제는 도심활성화도 필요하지만, 무등산 조망과 도시경관을 중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여망을 담아서 누가 봐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광주의 도시경관은 만들 수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