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여

이달의 칼럼


     최근 ‘말모이’라는 영화가 상영되었다. ‘말모이’라는 말은 주시경 선생이 우리나라 최초로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면서 이름붙인 것이다. 즉 말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의미이다. 이 영화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말엽 194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문맹인 김판수(유해진 분)가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윤계상 분)을 만나 ‘말모이’(사전)를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일제는 ‘내선일체’라는 구호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려 했다. 일제는 “일본과 조선은 한 몸”이라면서 황국신민화 정책, 창씨개명 등을 강행하면서 우리말과 한글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일본어와 일본글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영화 속의 그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갖은 수난을 겪으면서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말모이’를 편찬하고자 온갖 노력을 다한다. 이러한 노력은 해방 후 <조선어사전>을 편찬하는 기초가 되었다.

     일본은 왜 ‘황국신민화’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우리말 사용 금지를 택했을까? 영화 속 대사를 빌려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일제는 우리 민족의 정신을 깡그리 말살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우리 민족 고유의 언어와 문자를 없애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에게 1945년 광복이 없었거나 더 늦었더라면 우리말과 한글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다행히 우리는 우리말과 글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해방이 되어 우리말을 되찾고 보니 많은 우리말이 일본어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를 퇴치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오염된 일본어를 어느 정도 씻어내고 나니, 이제는 다른 외국어가 더욱 심하게 우리말과 뒤섞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영어를 비롯한 서양 말들이다. 특히 골프장, 아파트, 예식장들의 상호는 대부분 우리말이 아닌 서양말로 되어 있다. 그 실례를 두서없이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렉스필드’, ‘블랙스톤’, ‘아난티’, ‘써닝포인트’, ‘엘리시안’, ‘파인크리크’, ‘센테리움’, ‘골든베이’, ‘파인비치’, ‘스카이힐’ 등은 골프장 이름이다. ‘브라운스톤 레전드’, ‘골드클래스’, ‘갤러리아포레’, ‘더힐’, ‘라테라스’, ‘이니그마빌’, ‘아이파크’, ‘트리마제’, ‘아펠바움’, ‘지오빌라트’, ‘마크힐스’, ‘라임카운티’, ‘오네뜨빌’ 등은 아파트 이름이다. ‘웨딩그룹위더스’, ‘라페스타웨딩홀’, ‘드메르웨딩홀’, ‘데일리웨딩컨벤션’, ‘제이아트웨딩컨벤션’, ‘리츠켄벤션웨딩홀’, ‘그랑시아웨딩컨벤션’, ‘라붐웨딩홀’, ‘까사디루체’ 등은 예식장 이름이다. 뿐만 아니라 가게의 이름과 각종 물건의 상표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의 대화나 문장 속에 얼마나 많은 외국어 단어들이 들어 있는가.
     

     “테이크아웃하실 건가요?” “손님, 트레이 가져가시고 스트로우는 왼쪽에 있습니다.” “웨이팅은 30분 이내입니다.” “캐셔 구합니다.” “굿 초이스입니다.” “그 타임을 터닝포인트로 삼았네요.” “아이쇼핑만 해도 굿이죠.” “펙트체크를 해봐야죠?” 이것들이 오늘날의 한국어 대화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서양말로 표현해야 더 고급스럽고, 영어 단어를 섞어 말해야 고상하고 품위 있고 세련되게 보이기 때문인가. 우리는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문화를 막연히 동경하고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자긍심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스스로 서양의 문화식민지가 되기를 원하고 있는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우리말이 민족정신이라면 우리의 정신은 이미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 우리말은 우리 민족의 온갖 사유와 문화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아야 한다.



     

     

     

     

     


    주소:(우) 61475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96번길 3 (금남로3가) 삼호별관 2층
    전화:062)234-2727 팩스:062)234-2728 이메일:r-cultural@hanmail.net
    주소:(우) 61475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96번길 3 (금남로3가) 삼호별관 2층 전화:062)234-2727 팩스:062)234-2728 이메일:r-cultural@hanmail.ne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