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여

이달의 칼럼


     

    “나라꼴이 뭐 당가!”

     

     

    주홍 치유예술가

     

     

    “나라꼴이 왜구들이 칼 들고 댕길 때 맹키로 깡패들이 큰소리 칭께 테레비를 못보것네!”

    오월어머니집에서 어머니들의 대화가 심상찮다. 욱일기를 그리고 가위표를 쳐 놓았다. 천불난다며 하시는 말씀에 결기가 느껴졌다. 손으로는 그림을 그리고 입으로는 말씀을 계속하신다.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은 수다를 떨면서 그림을 그리신다. 일상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도 나누고, 요즘 돌아가는 5·18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흉흉한 행동도 서슴없이 지적하신다. 그날은 홍범도 장군을 육사에서 철거한다고 하니 분통이 터진다는 것이다.
     

    “홍범도 장군 동상을 철거헌다고 난리들인디…. 이 냥반은 이순신 장군 같은 분이여! 나는 고려인 마을에 세워진 동상도 가봤고 이야기도 들었는디…. 이순신 장군이 바다에서 싸웠으믄 홍범도 장군은 산에서 싸워서 왜적을 물리치신거여!”

    “나는 정치는 모른디 일본 놈들 미국 놈들 믿고 의지허믄 나라 뺏깅께 걱정이제.”

    “우리들은 초등학교도 안 나왔어도 그 정도는 알어! 왜 배운 사람들이 그 모냥이당가?”

    날카롭게 지적하시며 ‘뭣이 중헌지’를 모른다고 한탄을 하셨다. 그러다가 곧 그림을 그리면서 “오메! 그림 그리다가 뉴스이야기 했드만 실수해서 그림 한쪽이 밤탱이가 됐네잉!”하고 크게 웃으신다.

    오월어머니들을 만나면 심각한 세상 이야기도 명쾌 유쾌하다.

    “우리가 얼마나 살것능가? 창창한 젊은이들이 우리같이 험한 세상 살믄 안된께 말 헌디, 후쿠시마 독극물이 눈에 뵈도 않고 냄새도 없단디, 바다에 다 버리믄 우리나라에도 올 것인디, 걱정이네!”

    “테레비에서는 깨끗한 물잉께 걱정허지 말라고 합디다. 근디 나는 텔레비전을 못믿어! 5·18 때도 광주사람들 폭동이라고 했응께!”

    오월어머니집 수요일은 어머니의 정을 느끼는 시간이다. 텃밭에서 자라는 푸성귀도 나누고, 직접 빚은 막걸리도 주신다. 함께 광주공동체의 문제에 한 마디씩 던지며 공감하는 시간이고, 나라 걱정도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서로 나누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 영혼의 교류가 있다. 직접 빚은 막걸리 한 병, 텃밭 상추 한 줌, 손자국이 꾹꾹 눌러진 모싯잎 개떡을 내밀며 눈을 맞추고 미소 지을 때, 살맛이 난다. 모든 것이 돈이면 된다는 세상에 이런 소중한 만남이 어디에서 가능할까?

    추석이 다가오니 정이 더 그립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전우익 선생의 말씀이 떠오른다. 오월어머니집은 혼자가 아니라 늘 공동체와 함께다. 그래서 재밌다.

    온 지구의 생명은 이어져 있다. 바다의 생물들, 땅과 하늘의 생물들도 미시적인 세계에서는 하나로 연결돼 물결친다. 어머니들은 이미 알고 있다. 현대물리학을 배우지 않았어도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오월어머니가 주신 삶은 달걀 한 알에 마음이 진동하며 하나가 됐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니 오월어머니집에서 보낸 새우가 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연결됐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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