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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12월호]

     

     

    고민하는 힘

    김옥열(재단 편집위원장, 다큐디자인 대표)

     

    우리 지역사회는, 공공기관이든, 사회단체든 대체로 고민하는 힘이 좀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치열하게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잘하고 무엇은 못하는지, 남보다 더 잘하기 위해서는 또는 남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새로 도입해야할 것인지 등등에 대해 고민하는 힘이 많이 부족하다. 그냥 알아봐 달라고 목소리 높여 소리지르는 것과 조용하지만 치밀하고 내실있게 자기를 주장하는 것은 다른 데 말이다. 조용하지만 창의적인 자기주장은 바로 치열한 고민에서 나온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을 기억나는 대로 예를 들어보겠다. 100억 원대의 국가예산을 지원받아 ‘도시재생’을 하고 있는 광주시내 한 동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도시재생사업을 하면 가장 흔하게 하는, 그래서 전국 거의 모든 도시재생 동네에서 하는 사업이 골목길 벽화그리기다. 어느 동네서 한번 하면 이른바 ‘선진지 견학’이란 걸 가서 보고 너도나도 따라서 그린다. 둘레길을 한다 하면 너도나도 둘레길이다. 여기서 CCTV 달면 저기서도 CCTV 다는 굿이다. 그 동네도 똑같이 했다.

     

    또 당초 계획에 소위 ‘커뮤니티 센터’라는 것을 짓기로 했다. 마을복판에 그럴싸한 4층짜리 건물을 짓고 마을주민들이 각종 활동공간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애초 복안. 그런데 정작 짓고나서가 문제였다. 어르신들만 주로 사는 마을이라 하다못해 1층에 카페하나 운영할 아이디어나 기초예산이 없는 거다. 건물 유지비조차 마련할 수 없게 되자 이 마을에선 구청에 ‘운영비 내놓으라’고 떼를 썼다. 애시당초, 수십억을 들여 지은 그런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아무 고민없이 사탕발림해서 예산만 따온 결과다.

    이런 마을도 있다. 여기서도 커뮤니티센터가 문제인데, 센터 건축비는 무려 100억원 대 공사다. 어찌어찌해서 센터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는데, 문제는 짓고나서 대응이 안된다. 궁여지책으로 또 ‘선진지 견학’을 다녀와서 내린 결론이 일단 커피숍을 운영하는 거다. 그러고는 묘안이 없다. 마을 실정에 맞는 어떤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공간도 운영하고 싶으나 ‘팔 것’이 없다. 기가 막힐 일이지만 역시 ‘아무 고민없이’ 돈부터 가져다 퍼부어놓은 결과다. 그 마을 도시재생 전체 사업비는 200억 원이 넘는다.

     

    사실은 그렇게 작은 사업들뿐일까? 수천억을 들여 A매치 경기한번 치르지 못하고 사실상 놀리고 있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이 그러하고 수십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후 개관했으나 파리만 날리고 있는 옛 광주시민회관인 포레스트 971, 충장22 등 예를 들어보자면 ‘수두룩 박두룩’하다.

     

    배가 아플 지경이지만 잘하는 곳도 있다. 전북에 가면 완주군이라는 작은 지자체가 있다. 그곳엔 삼례문화예술촌이 있고 삼례책마을이라는 멋진 공간도 있다. 하나같이 아이디어가 반짝거리는 명소 중 명소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싶을 정도로 ‘고민의 흔적’이 넘치고 넘친다. 이름, 공간, 그 안의 사업내용 하나하나가 다 독창적이다. 비슷한 것, 누가 성공한 것 다 베껴다 쓰는 우리 동네와 엄청 다르다. 고민하지 않고 덜컥 질러놓고 보는, 대안도 없이 판만 벌리는 우리완 좀 다르다.

     

     

    크던 작던 어떤 일을 할 때 좀 고민하고 일을 하면 좋겠다. 이름 하나 짓는 것에서부터 조금 더 ‘고민’해서 우리 마을에 맞는, 우리 기관의 성격을 드러내는, 누구나 무릎을 칠 새로운 걸로 짓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하다못해 구멍가게를 하나 내도 이름짓는데 최선을 다하는 판인데. 덜컥덜컥 세금 끌어다 쓰는 사업 가져올 생각만 말고, 그 사업이 지역민에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지도 좀 따져보는 ‘고민의 힘’을 발휘하면 좋겠다.

    결국 고민하는 힘, 고민 근육을 길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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