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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10월호] 

     

     

    인종문제, 우리는 어디 서 있는가

     

    김옥렬(다큐디자인, 광주전남 민언련 대표)

     

     

    에피소드1.

     지난 9월 강의 중 한 학생이 쪽지를 보내왔다. 줌을 통한 비대면 수업이라 학생들은 질문이나 강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쪽지로 하기도 한다. 그 학생의 쪽지내용은 이러했다. “선생님, 오늘 수업을 더 이상 듣기 어렵겠어요. 보건소에서 5분 후에 저를 찾아 온대요.”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친구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같이 살고 있는 그 학생도 검사를 하기 위해 보건소 직원들이 들이닥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그 학생은 수업 중 화면에서 사라졌고, 며칠 뒤 물었더니 ‘음성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중이란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하소연을 한다. “저 지금 다른 친구 집에 피난 와 있어요. ㅠㅠ 주인이 나가래요."

     

     아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그 학생은 아프리카에서 유학 온,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흑인’이라고 부르는 검은 피부를 가진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벌써 3년 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는 한국어를 말하거나 쓰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K팝을 좋아해 유튜브에 춤추는 영상을 자주 올릴 정도로 이 사회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학생이다. 요즘 대부분의 음성판정자들은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 학생이 왜 집에서 쫒겨나 친구집으로 피난을 가야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혐오이자 차별적 생각에서 나온 집주인의 적절치 못한 행동 때문이었다.


     

    에피소드2.

     지난 여름 캄보디아 출신으로 귀화해 광주서 살고 있는 한 여성을 만났다. 이제 한국인이 되었지만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고국동포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다 못해 그들을 돕는 공동체를 만들어 활동중인 이다. 매우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단기간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온 캄보디아인들은 광주전남에만 7천 명이나 된단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귀국 할 때까지 한국어를 익히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렵다. 그래서 아파도 마음 놓고 병원에 가거나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들 노동자들은 심지어 대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가게에 가서도 하대당하고 택시를 타면 이리저리 돌면서 턱없이 요금을 많이 받아 가는 등의 취급을 당한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한단다. 그러다보니 캄보디아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귀국하면서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난다는 것. “한국 나빠요~”

     

     힘들게 살아가는 고국 노동자들이 아프면 병원에 데려다주고, 밀린 월급 받아주고, 불법체류하다 귀국할 때는 여러 법적절차를 해결해주는 등의 일을 하는 그 귀화여성은 “나도 이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착잡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얼마 전 ‘누가 백인인가-미국의 인종감별 잔혹사’(진구섭 저)라는 책을 읽었다. 미국에서 가장 핫한 사회문제인 인종문제를 그 역사부터 오늘의 모습까지 깊이 분석한 책이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미국 사회의 깊은 상처를 보는 듯해 충격적이었다. 백인과 흑인을 구분하기 위해, ‘누가 백인인가’를 감별해내기 위한 미국 사회의 온갖 추악한 행위들은 미국이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 사회라는 통념을 한 방에 깨뜨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머리에 연필을 꽂아 연필이 흘러내리면 백인, 그렇지 않으면 흑인으로 구분했다는 ‘연필테스트’ 이야기나 조상을 대대로 추적해 단 한 방울의 피만 섞여도 흑인으로 간주했다는 ‘피 한 방울의 법칙’ 같은 제도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 정말 피가 솟을 지경이다. 아프리카계 흑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탈리아인 같은 유럽의 비백인들, 멕시코인들,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들까지 어떤 차별을 받아왔는지 자세히 설명해주는 이 책은 충격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미국은 다인종다문화를 잘 녹여내 번영을 이룬 ’멜팅 폿‘이라고 서술하고 그렇게 배운 내용은 모두 가짜였다.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집주인에게 내쫓긴 흑인 학생의 이야기가지 오버랩되면서 우리 사회의 ‘인종’의식은 과연 어느 수준일까 생각하게 됐다. 우리의 인종 의식수준은 지금 인종편견에다 못사는 나라 출신들을 무시하는 국가편견까지 더해져 자못 심각하다. 미국 못지않은 인종편견국가다. ‘다문화’라는 멋진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우리 의식 속에는 엄청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현실이다. 이대로 갈경우 결혼, 노동이주민들이 점점 늘어가고 그들의 2세가 많아지는 미래사회에 우리 인종편견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지금부터 고치고 바로잡지 않으면 미국 못지않은 엄청난 사회갈등이 불기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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