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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8월호] 

     

     

    불타는 지구


     

    주홍(치유예술가, 샌드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인간의 욕망이 대재앙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마스크를 쓰고 사람을 만나고 인터뷰하고 강의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간이 옷을 입게 된 것도 마스크처럼 시작된 것일까? 매일 충격적인 기후위기의 뉴스들이 나오고 있지만, 욕망의 열차는 멈추지 않고 가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다.

     

     최근 국제 뉴스 영상에는 끔찍한 장면이 포착되어 공개됐다. 북극곰 가족 이야기다. 빙하가 녹아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북극곰이 물고기를 사냥할 수 없게 되자, 굶주린 아빠 곰은 엄마 곰이 아무리 말려도 자식 곰을 잡아먹는다. 희고 탐스런 털과 느린 움직임의 덩치 큰 곰이 아니라, 삐쩍 말라서 마치 꼬리 없는 여우처럼 변한 곰들이 죽어있고, 또 다른 백곰 무리들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을 뒤지고 있다. 북극의 생태계 현실을 담은 짧은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며칠 전 그린란드에서는 빙하가 하루에 남한 면적만큼 녹아내렸다. 단 하루 만에 빙하 85억톤이 녹아내려서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이상 고온의 현상이다. 7월 평균 영상 12도 정도의 커피가 잘 자라던 브라질에서는 폭설과 한파로 영하 7.8도까지 기온이 떨어져 커피 농장이 서리를 맞아 커피나무가 얼어 죽어서 원두값이 폭등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2100년이면 지구의 온도가 1.5도가 상승하면서 지구에 피할 수 없는 대재앙이 닥친다고 예고했었다. 그런데 유엔환경계획(UNEP)은 현재처럼 진행된다면 2100년이 되기 전에 지구의 온도가 3.2도 상승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구의 시간이 빨라졌다. 인간의 생존은 지구에서 얼마나 가능할까? 인류는 이미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아마존과 북아메리카 지역은 산불이 멈추지 않고 터키도 산불을 진압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다. 미국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과 강풍으로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 등 서부지역 전역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산림은 재가 되고 탄소는 다시 빙하를 녹이고 기후위기는 관념이 아니라 이제 우리 일상으로 찾아왔다. 유난히 아름답게 붉은 하늘이 심상치 않은 느낌이다.

     

     독일과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홍수가 삶의 터전을 쓸고 갔다. 지구의 온도가 전체적으로 기준치보다 1.2도 상승한 것이다. 이 상태로 진행된다면 과학자들은 9년 뒤 지구의 온도가 1.5도로 상승하고 그린란드의 빙하는 2100년이 아니라 9년 뒤 사라진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 과학자들은 이미 지구 온난화가 되돌릴 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넘었다고 말한다.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지고 해안이 침수되며 북극과 남극까지 녹아 메탄가스가 대량으로 방출되면 대멸종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그래도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가 속도를 멈추지 않으니 코로나바이러스가 제어하고 있을까?


     정부는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런데 탄소중립에 가장 역행하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가 포스코에 의해 건설 중이다. 재앙을 부추기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다. 삼척 시민사회는 반대시위를 하며 저항했지만, 그 아름다운 명사십리 해변이 파헤쳐지고 강원도의 울창한 초록 숲은 벌건 흙을 드러내고 신음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자원과 강의 생태계를 망치더니, 숨쉬기 힘든 시기에 탄소를 뿜어내는 화력발전소라니,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전국에서 전위적인 예술가들이 모였다. 코로나19로 모이기 어려우니 삼척 해변에서 한 명씩 미술행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삼척의 바다는 비취색이었다. 모래는 곱고 물은 맑았으나 바위 사이사이에 플라스틱 조각들이 해초에 엉켜 쌓여 있었다. 나는 검정 원피스에 ‘탄소중립’과 삼척석탄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문구와 그림을 그려서 입고 바다로 들어가는 퍼포먼스를 했다. 바다에서 밀려온 플라스틱들을 줍고 오브제로 작업하는 작가도 있고, 석탄과 연탄으로 작업을 하기도 했다. 플라스틱악마의 모습처럼 분장하고 방독면을 쓴 퍼포먼스, 검은 플라스틱들을 모아서 사람형상을 하고 물을 마시는 작품을 모래사장에 설치하기도 했다. 그 곁에서는 물놀이를 하는 연인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가 아빠 곰이 자식 곰을 잡아 먹고 있는 일이 우리와는 상관없는 북극의 일이라고 관념적으로 생각하듯이….


     나는 돌아와서 갈치조림집에서 점심을 먹고, 남은 음식을 1회용 그릇에 포장해 왔다. 용기를 씻어서 분리수거를 하면 제대로 재생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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