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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2020년 7월호]
     


    남과 북에서 부르는 “고향의 봄”


     

    백수인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 조선대 교수

     

    연구실의 책을 고향 집에 옮겨 정리하다가 북한 서적 중에 아주 작은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북한 서적은 주로 북한의 문학 이론서, 소설집과 시집 등 ‘조선 문학’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들 틈에 아주 작은 책, 제목은 “계몽기 가요 100곡집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책을 발견한 것이다. 책의 크기는 8.8㎝×12.5㎝, 책의 분량은 표지를 제외하고 164쪽의 포켓용이다. 주체90(2001) 7월에 평양의 “2.16예술교육출판사”에서 펴낸 것이니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이다.
     

    표지를 넘기면 맨 먼저 네모 칸 안에 “우리 인민이 오랜 세월을 두고 창조하여 온 인민음악은 우아하고 아름다와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만한 높은 예술적품위를 가지고 있다. 김정일”이라는 당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이를 통해 이 책의 내용이 소위 “인민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 민족이 체제를 달리하여 남과 북으로 나뉜 지 70년이나 되었다. 이 책은 2001년도에 낸 책이니 분단 반세기 정도의 것이다. 북의 가요로 남에서도 알려진 노래로는 “휘파람”이나 “반갑습니다”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이 노래책에는 남한과는 다른 생소한 북의 노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의 체제에서 교육 받아 온 우리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학교를 거치며 음악 시간에 배웠던 동요와 가곡이 실려 있고, 대중가요로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익히 들었던 노래와 우리 민족 전통의 민요들이 대부분이 아닌가. 우리 남과 북은 노래 문화의 뿌리와 그 향유 방식이 아직은 같은 한 민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이 책의 표제에 나와 있는 ‘계몽기’는 “중세기 봉건적 제관계로부터 자본주의적 단계에로 이행하던 시기”(조선말대사전)를 가리키니까, 이남의 용어로는 대체로 근대, 개화기, 일제강점기의 시대와 유사한 시기를 말할 것이다.
     

    맨 처음 실려 있는 곡은 표제곡인 “고향의 봄(작사 리원수, 작곡 홍란파)”이다. 우리나라에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다음 곡은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로 시작하는 “고향생각(작곡 현제명)”이다.
     

    이밖에 홍난파 작곡의 노래로는 “기러기”, “바다가에서”, “낮에 나온 반달”, “장미꽃”, “작은 별”, “종이배”, “하모니카”, “햇볕은 쨍쨍”, “그리움”, “봄처녀”, “봉선화”, “옛동산에 올라”, “성불사의 밤” 등 우리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곡들이 실려 있다. 현제명 작곡의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 오니~”로 시작하는 “가을”도 실려 있다. 그런가 하면 박태준의 “동무생각(사우)”과 “오빠생각(뜸북새)”, 그리고 “종달새”가 보인다. 우리에겐 “반달”로 알려진 “푸른 하늘 은하수~”로 시작하는 윤극영의 곡은 “반월가”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다. 이밖에 윤극영의 곡으로는 “따오기”, “봄편지”, “설날”이 눈에 익고, 정순철의 “새 나라의 어린이”라는 동요도 어릴 적에 친근하게 불렀던 곡이다. 여기에 실려 있는 채동선의 “조선찬가”는 남에서 “대한의 노래”로 배웠던 동요이다. 그리고 “노들강변” 등의 민요풍의 노래와 “감격시대”, “락화유수”, “나그네 설움”, “눈물 젖은 두만강”, “목포의 눈물”, “바다의 교향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서귀포 70리”, “울며 헤진 부산항”, “진주라 천리길”, “타향살이”, “홍도야 울지 말아”, “황성옛터”, “찔레꽃” 등의 대중가요는 휴전 후에 남에서도 널리 유행하던 곡이다. 단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노래들은 대개 남에서 금지곡으로 지정했던 월북 작가의 곡이거나, 재북 작가가 작곡한 곡들이었다.
     

    북한에서도 이처럼 남북이 갈리기 이전의 공통의 노래 문화를 높은 수준의 “인민음악”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지켜내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신이 남북의 평화와 통일로 이어지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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