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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2020년 5월호]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헌사

     



     

    김옥렬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운영위원, 광주전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상임대표


     

    80년대 중반 대학에 입학해 처음 만난 광주는 낯설었다. 빈약하고 형편없는 사회역사의식을 가진 시골뜨기에겐 도시 전체에 흐르는 무거운 공기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었다. 특히 캠퍼스의 봄은 어둡고 칙칙하고 끈적거렸다. 계절은 화사하고 바람은 달콤했지만 누구도 웃거나 밝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와 경찰의 난입, 매캐한 최루가스 속에 캠퍼스를 걷는 모든 이들의 어깨는 쳐져 있었다.
     

    그날도 몹시 따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심 무렵 교내 방송 스피커에선 지역 FM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아무런 멘트없이 무겁고 느린 음악뿐이었다. 학생들은 바윗덩어리보다 무겁게 침묵했고, 아카시아 꽃도 향기롭지 않았다. 늘 그랬다, 5월은. 신록이 짙어가던 그 발랄하고 아름다운 캠퍼스의 5월은 그랬다.
     

    거리의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발걸음이 느리고 무거웠고, 프로야구마저 열리지 않는 그 무렵엔 분노 섞인 모멸감은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 꺼낼 수조차 없던 단어들 때문에, 시민들은 말이 없었고, 그렇게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맘놓고 외치고 추념하게 된 그 시간까지 광주 시민들은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적어도 80년대를 관통해온 광주시민들이라면, 당시 현장에 있지 못했던 도망자 또는 방관자 아니 그저 뭔지 몰랐던 평범했던 이들일지라도 짙은 우울함을 느끼며 살았던 광주시민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그 집단트라우마를….
     

     

    또 5월이다. 어느 세대에겐 그저 평범한 봄날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세대에겐 가슴 먹먹해지는 슬픔의 달이다. 올핸 40주년이라는 큰 의미까지 더해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의미있는 행사들이 치러지지 못해 아쉽지만 40주년행사위원회 등은 온라인을 통해 나름대로 좋은 행사들을 치른다. 시기를 미뤄 기념하는 행사나 공연을 치르는 단체들도 많다. 이렇게 크게 기려야할 날이 돌아오면 우린 과거를 상기하고 오늘을 점검한다. 그 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열사들은 물론 국가폭력에 다치고 고문으로 몸을 망친 모든 이들, 또 남은 유족들까지 모두 험하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한 시간을 보냈으리라. 아직 미완의 진실이 있고, 반성하지 않는 뻔뻔한 가해자들, 어떻게든 진실을 폄훼하거나 왜곡해보려는 악한 세력들이 있지만, 그래도 이제 광주는 역사의 큰 이정표가 되었다.
     

    그 과정에 많은 직간접 참여자들의 큰 희생이 있어서 5월이 있었고, 이후 진상규명, 명예회복의 역사를 써내려갔지만 꼭 기억해야할 이들이 있다. 말없이 동의하고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때론 뒤에서 도왔던 많은 광주시민들이다. 시위대에 주먹밥을 나눠주고 물 바가지를 건넸던, 헌혈을 하고 부상자를 도왔던, 그 난리통에도 주유소나 은행 털지 않고 라면 하나 사재기하지 않았던 당시의 시민들에서부터, 명예회복의 지난한 세월동안 뒤에서 응원하고 인내해준 말없는 다수의 시민들이 오늘의 광주가 있게 한 데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때론 거리에서, 때론 야구장에서, 때론 포장마차에서 한 잔 소주로 가슴 짓누르는 슬픔과 말 못할 분노를 삭이며 맨주먹을 쥐었던 그 시민들 또한 열사들이 아닐까?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 중심으로 흘러가는 역사에 투표지 한 장으로 저항했던 장삼이사들이 또한 유공자들이 아닐까? 세월이 흐를수록, 그 시민들의 한과 분노, 시커멓게 탄 가슴을 새겨야하고 역사에 기록해야하지 않을까?
     

    40번째 맞이하는 이 5월, 80년대 5월 광주에 떠돌던 그 무겁던 기운이 다시 생각난다. 40주년을 맞아 진짜 감사패는 그 세월을 이겨낸 시민들이 먼저 받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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